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의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동시 지원에 반대 의사를 밝혀, 이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홍 부총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여당과 의견이 달랐던 주요 정책에서 여러 번 뜻을 굽힌 바 있어 ‘홍두사미’, ‘홍백기’ 등의 별명을 얻은 바 있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본회의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설에 대해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고 정책콘텐츠가 탄탄한 대표연설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정부와 다른 의견 사항에 대해서 확정적인 걸로 전달될까 봐 재정 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가 전날 국회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모두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정부는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의 한 구절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표현이다. 일각에서는 이 표현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사의를 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와 관련해 “당장 모 의원 제시안대로 할 경우 월 24조원이 소요돼 4개월 지급 시 우리나라 복지예산 절반 수준인 100조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대한 기재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책했는데도,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나타낸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연이어 ‘곳간지기’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번에는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증권거래세 인하, 부동산거래정보원 설치 등 주요 현안에서 홍 부총리의 소신이 꺾였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기재부 내부에서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추경에 대한 입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확하게 밝혔다”며 “기재부 내부에선 정치권에 밀려 정책이 자꾸 꺾이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꽤 있어, 이번에는 자리를 내놓을망정 굽히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기재부가 재정건전성만을 강조하고, 스스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의 정책에 재정을 이유로 반대만 하고 기재부가 자체 정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다”며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물론 이익공유제 등 코로나19 지원과 관련한 주요 이슈가 모두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기재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데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