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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당, 홍남기 사퇴까지 거론…재난지원금 놓고 당정 2차 충돌

등록 2021-02-03 21:05수정 2021-02-26 14:52

민주당 대변인 “최고위서 사퇴 요구 있었다” 밝혀
기재부 일각 “재정건전성 강조에 사퇴하라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정세균 국무총리의 퇴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정세균 국무총리의 퇴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보편이냐 선별이냐, 적극재정이냐 소극재정이냐 정책 논쟁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

홍남기 사퇴론까지 나온 민주당

민주당은 3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계층 맞춤형과 전국민 지급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민주당 제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설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홍 부총리에 대해 “정말 한가한 소리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만 따지고 있을 것이냐”고 말했다. 설 의원은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며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이 나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참석자 한 분이 (홍 부총리의) 발언 형식, 내용을 볼 때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문제 지적을 하고 사퇴 요구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중요한 일은 (부총리 사퇴가 아니라) 정부 재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고통을 덜고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쪽으로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여당 대변인이 경제부총리 사퇴 요구가 나왔다는 비공개회의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홍 부총리의 사퇴를 주장한 이는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낸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이라고 알려졌다.

민주당의 이런 격앙된 반응은 홍 부총리가 이낙연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의미를 훼손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가 연설을 한 뒤 4시간 뒤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월 추경 편성은 이르다”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재정당국 수장으로서 의견을 낼 순 있으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개인 에스엔에스(SNS)에 자신의 입장을 올렸다”며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지난 1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을 동시 추진하겠다는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완강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도 격앙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하는 등 정상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혹시 정부와 의견이 조금 다른 사안에 대해 국민들께 확정된 것으로 전달이 될까 (걱정한 것)”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제가 에스엔에스에서 드린 말씀은 많이 숙고하고 절제되게,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며 “공직생활을 하면서 어제 (이 대표) 연설이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고 정치 콘텐츠가 충실한 연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재부 일각에서는 여당을 향한 격앙된 반응도 만만찮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평소 강조한 ‘재정건전성’을 다시 밝힌 것인데 이에 대해 사퇴하라고 하는 건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지만 지나치다”며 “이미 부총리가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여당 주장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증권거래세 인하, 부동산거래정보원 설치 등 주요 현안에서 홍 부총리가 소신을 접는 바람에 ‘홍두사미’라는 별명까지 나왔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내부에선 정치권에 밀려 정책이 자꾸 꺾이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꽤 있어 이번에는 (홍 부총리가) 자리를 내놓을망정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다”고 전했다.

굽히지 않는 이낙연 대표

민주당이 이처럼 홍 부총리와의 갈등 노출을 감수하면서도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행동이기도 하지만, 날로 시름이 깊어지는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이 대표만 해도 이전까지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보편지급보다는 ‘좁고 두터운’ 맞춤형 선별지급에 좀더 무게를 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설 연휴까지 연장되고 이에 따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피해가 지속되며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차기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 10만원’ 지급 등 대범한 정책 행보를 이어가면서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이 대표로서도 좀더 과감한 방식으로 ‘민생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거듭 강조하며 “재정의 역할을 더 확대할 때가 됐다. 민생 고통 앞에 정부 여당이 더 겸허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정에서 맞춤형(선별)과 전국민(보편)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부산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도 재정 부담 우려에 대해 “면밀하게 보겠지만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시 한번 의지를 드러냈다.

당내에선 추경 규모와 방식 등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25조원 안팎의 추경 규모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전국민 방식으로 이뤄진 지난해 1차 지원(14조3천억원)과 선별 방식의 3차 지원(9조3천억원) 등을 참조한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40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거나, 영업 금지·제한으로 인한 보상까지 반영해 100조원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지원 이정훈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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