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취임 두 달을 앞둔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40% 바닥마저 뚫고 내려왔다.
‘정권 교체 민심’을 받아안고 정치 도전 9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그에게 4개월 전 대선 득표율(48.6%)에 크게 밑도는 지지율 37%(한국갤럽, 7월 1주차 발표)는 뼈아픈 성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4.5%였고, 부정 평가는 무려 60.8%였다. 임기 초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허니문 효과’로 확인되기는커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진영 내 지지층에서마저 지지율 하락세가 엿보인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국정 동력에 대한 위기감이 표출되는 이유다.
경제 해법보다 ‘전 정권 사정’ 작업 도드라져
주요 여론조사의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는 △인사 참사 △여권 내부 갈등 △경제 위기 △전 정권 보복 수사 논란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민생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등 전임 정권 뒤집기 행보에 민심이 싸늘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와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며 ‘경제 챙기기 총력전’에 나섰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고리로 한 국가정보원·감사원·검찰의 전 정권 사정 작업 쪽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 또한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지난 5일)며 인사 참사 비판에 대응하고, “민주당 정부 때는 (전 정부 수사를) 안 했느냐”(지난달 18일)며 전임 정부 관련 사건 수사를 합리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현 정부가 경제 위기 상황을 해결할 로드맵을 정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 정권 ‘적폐 청산’에 비중이 가 있는 느낌”이라며 “당장 국민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우선순위가 전 정권과의 권력 투쟁에 가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허니문 효과’가 나타날 만큼 유예 기간을 줄 생각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외부에서 기인한 경제·외교적 상황에 대해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지만, 전 정권에 대한 수사나 ‘전 정권 뒤집기’ 발언만 부각되면서 국정 동력이 탄력이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덕현 한국갤럽 수석전문위원도 “경제나 전염병 등 외부 상황 자체가 녹록지 않고 대통령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는 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나 국제·외교적인 상황이 지지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불안한 리더십’ 노출한 출근길 회견…코로나 재확산 계기 잠정 중단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은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불안한 리더십’을 확인시키면서 지지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불안하다”며 “대통령이 큰 틀의 국정 운영 방향이나 기조를 말하고, 참모들이 개별 사안에 대한 대통령 의중을 전달해왔다면 지금의 출근길 문답은 대통령이 모든 사안의 의견을 밝히면서 오히려 안정적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짚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우려를 여러 차례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11일, 출입기자 중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윤 대통령 약식회견을 잠정 중단했다.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지며 ‘도어스테핑’ 효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계기로 윤 대통령 약식회견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정권 교체 열망을 등에 업고 정계에 입문한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지지 기반이 단단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갤럽의 7월 1주차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층의 긍정 평가는 71%에서 62%로, 국민의힘층 지지층에선 80%에서 70%로 떨어졌다. 전체 긍정 평가가 6%포인트(43%→37%) 빠진 것과 견주면, 지지층에서 이탈 폭이 더 컸다. 장덕현 한국갤럽 수석 전문위원은 “윤 대통령은 당선부터 개인의 매력보다는 정권 교체에 대한 보수층의 열망 위에 당선된 것”이라며 “정권 교체 열망이 대통령 지지율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진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와 맞물려, 새로 유입된 2030 남성 지지층의 지지 철회 또한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부정 평가는 8.9%포인트 상승(51.9%→60.8%) 상승했지만 20대에선 이보다 2배인 17%포인트(51.7%→68.7%)가 늘었다. 장덕현 수석전문위원은 “젊은 세대일수록 당이나 정치인 개인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지고 지지 강도가 강하지 않다. 개별 사안이나 주변 여론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