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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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019년 10월 검찰총장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철희 민주당 의원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은 일이 있습니다.
이철희 의원: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얘기하는데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하면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을 보장하고 있습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한 3년간 특별 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나고요.”
검찰이 정권의 청부수사를 하도 많이 해서 ‘검찰의 암흑기’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을 ‘쿨’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파문이 일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다음날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검찰 수사 과정의 경험 및 소회를 답변하려 하였고, 특히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 보고를 하지 아니하고 청와대에서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하여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 하였으나, 의원이 도중 다른 질의를 이어가 답변이 중단됐다”고 장황하게 뒷북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여러분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 답변과 다음날 해명 중에서 어느 것이 ‘윤석열의 진심’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명박 때 쿨했다’는 국정감사 답변이 진심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근거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인으로 변신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명박의 사람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이념과 친기업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셋째, 8·15 광복절에 이명박 대통령을 사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입니다.
좋아하면 닮는 것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절대로 닮아서는 안 되는 부분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지지율 급락’-‘국정 운영 동력 상실’-‘전임 정권 때려잡기’ 수순으로 가는 조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취임 초에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사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등 몇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자꾸 내려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뒤에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7월8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긍정 37%, 부정 49%로 나타났습니다. 1주일 전과 비교해 긍정은 6%포인트 낮아졌고, 부정은 7%포인트 올라갔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이 긍정 54%로 가장 높았고,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긍정 55%로 가장 높았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한국갤럽에 앞서 리얼미터가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조사해서 7월4일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도 ‘긍정 44.4%’, ‘부정 50.2%’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11일 발표할 리얼미터 조사 결과가 궁금합니다.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은 위험한 수준입니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1년차 1분기 ‘직무 수행 긍정률’을 보면, 노태우 29%, 김영삼 71%, 김대중 71%, 노무현 60%, 이명박 52%, 박근혜 42%, 문재인 81%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1노 3김’이 출마했던 1987년 대선의 특별한 상황,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인사 참사 때문에 지지율이 낮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낮은 50%입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인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를 잘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없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회견에서 기자들이 인사에 관한 비판적 질문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과거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6월8일)
“자기가 맡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점에선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하고 전 정부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본다.”(7월4일)
“전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다른 정권 때와 한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7월5일)
자신의 인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잘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준석 대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놓고 벌어지는 여권 내부의 갈등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경제가 좋아질 리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천하태평입니다. 7월4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지지율 하락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전 뭐 선거 때도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하지 않았습니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첫째, 지지율 하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둘째, 속으로는 떨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일까요?
2. 김건희 여사가 6월28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을 방문해 케이(K)패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대중과 의회와 함께 가야 국정에 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국회는 지금 야당이 다수다. 대중이 정부의 정책에 영합해 주지 않으면 국정 동력을 찾기가 어렵다. (낮은 지지율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국정 운영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아마 대통령 스스로 잘 알 것이다.”(7월6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문화방송>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헤게모니 상실 위기야말로 윤 대통령 리더십 위기의 실체다.” “정당한 민심의 목소리와 싸우려 드는 권력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다.”(7월8일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의 비판과 조언을 받아들일까요? 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왜냐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려서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을 안 하면 안 했지 자존심을 쉽사리 꺾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충고를 일찌감치 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람 말은 윤석열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퇴임 뒤 국정 회고록에 이에 대한 변명과 반성을 자세히 남겼습니다. 마치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2022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집회가 정권 퇴진 주장 양상으로 변하자 일각에서는 17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대선 불복 세력’이 집회를 주도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선 불복 세력이 건강을 염려하는 순수한 국민들의 뜻에 편승해 대통령과 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 세력들이 집회에 개입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광우병 사태는 청와대 1기 참모진의 사퇴 이외에도 국정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국정 지지율이 20% 초반으로 떨어지며 국정 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상실됐다. 이후 소폭의 내각 개편도 있었으며,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철회했다. 공기업 선진화 등 임기 초 추진하던 각종 개혁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화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도 광우병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자유무역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경쟁력 없는 산업의 도태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직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도 광우병 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였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됐고, 정책 방향도 서민에게 밀착된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수정하게 됐다.”
어떻습니까?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충고를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명박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취임 직후 지지율 폭락을 만회하려다가 두가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째, 국정 노선을 실용주의에서 극우 보수로 바꾼 것입니다. 둘째, 자신의 전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방치한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요? 벌써 국민의힘, 검찰, 경찰,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을 총동원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색깔론과 사정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다고 떨어진 지지율이 올라갈까요?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싸우려고 달려드는 상대는 전임 대통령이나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민심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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