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능화 중단, 김정일 결정인지 군부 독단인지…”
후계구도 불명확 억측 난무…미 정부는 입장발표 자제
후계구도 불명확 억측 난무…미 정부는 입장발표 자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뒤, 미국 언론들은 북한 내 권력 투쟁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와병 중인 것은 맞지만 회복 상태이며, 북한 최고권력 핵심부의 주변동향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권력이동 등 특별한 변화 징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가 10일(현지시각) 이병철 평화협력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을 따 “만일 (김 위원장의) 뇌졸중 보도가 사실이라면, 평양의 권력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미 언론들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위한 권력투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북핵 불능화 중단 움직임이 권력 투쟁설에 불을 붙였다. <워싱턴 포스트>가 이날 미국 관리의 말을 따, 북한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와병을 틈타 이미 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군부가 북핵 불능화 중단 등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뉴욕 타임스> 역시 북핵 불능화 중단이 김 위원장의 결정에 따른 것인지, 권력공백을 이용해 다른 관리들이 내린 결정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한발 뺐지만, 권력투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아직까지 후계 구도를 준비하지 않은 점은 이런 관측에 부채질을 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후계자로 지명된 상태였지만, 김 위원장은 세 아들 중에 누구에게도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은 상태다. <뉴욕 타임스>는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미 관리들이 김 위원장의 유고시 국방위원회가 권력의 중심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발 더 나가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의 정치 마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신문은 권력 투쟁 격화에 따른 북한 정권의 불안정은, 동북아 다른 나라들이 중재자로서의 중국의 역할에 더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중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미국 정보 당국이 관련 정보 수집에 분주한 가운데 백악관과 국무부 등은 조심스런 공식반응을 내놓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매우 불투명한 정권”이라며 “(김 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한 것 혹은 불참한 것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며, 이런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개적인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이에 대한 의견 발표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정애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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