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탈퇴·미 이라크 침공땐 48일동안 자취 감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이후 27일째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오랫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일은 종종 있었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뜸해진 뒤 신변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 위원장이 30일 이상 장기간 공개활동을 중단한 적은 김일성 주석 사망(94년 7월) 이후 17차례”라고 보고한 바 있다.
2000년 이후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장기 중단한 경우는 북핵 문제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긴장되거나 악화됐을 때다. 2001년 1월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뒤, 김 위원장은 그해 2월15일부터 36일 동안 공개활동을 접었다. 이에 신변이상설이 제기됐지만, 나중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향방을 살피려는 ‘신중한 관망’이었다는 결과론으로 귀결됐다.
김 위원장은 2003년 2월13일부터 4월3일까지 48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 당시는 2차 북핵 위기 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시작한 때였다. 당시 김 위원장이 3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하자 외신들은 김 위원장 실각설과 이라크에 이어 북한이 미국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을 걱정한 김 위원장이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과 북-미 대치 등 급박한 정세에 대한 장기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2006년 7월5일부터 8월12일까지 39일 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공백이 길어지자 권력다툼설, 네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씨와의 허니문설까지 나왔다.
39일 만에 공식 활동을 재개한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압력과 대규모 수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폐쇄적인 북한 체제의 특성과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66살),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 때문에 ‘김정일 건강이상설’은 끊임없이 나온다”며 “그동안 건강이상설이 모두 근거 없는 추측으로 끝난 전례에 비춰보면 북쪽의 중대한 특이 동향이 파악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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