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방부가 공개한 지난달 30일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2차 비행 시험 모습. 국방부 제공 영상 갈무리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저녁 시민들을 놀라게 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관해 “비행경로의 해상구역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민 조업 지장을 최소화하고, 기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득이 어두워진 시간에 시험했다”고 2일 해명했다. 당시 발사는 예고없이 이뤄져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발사 상황에 관해 “시험 준비요원 100명 이상이 해상에 바지선을 거치해 발사해야 하고, 고공 10㎞ 정도에 흐르는 제트기류 등 기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발사 직전에 시점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당시 보안 때문에 사전에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험 직후 저녁 무렵부터 전국 곳곳에서 미확인 비행물체와 섬광을 공중에서 목격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국방부는 섬광에 관해 일몰·일출 시간대에 지상에서 로켓을 쏘면 햇빛이 로켓 배기가스에 반사돼 다양한 색상이 관측되는 ‘황혼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달 30일 발사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당시 충남 안흥 종합시험장 인근 해상에서 이뤄진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성능 검증 2차 비행시험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이 발사체가 450㎞ 고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소는 2차 시험비행이 국방이 지난해 3월 1차 시험비행 때에 견줘 기술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시 옥수동 상공에 긴 연기 꼬리를 그리며 날아가는 빛이 포착됐다. 이 현상은 전국 각 지역서 관측됐으며,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 50분께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2차 시험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총 4단으로 구성되는 발사체에서 1단을 제외한 2·3·4단 형상으로 시험했고, 2·3·4단 엔진의 실제 점화와 연소까지 시험했다. 지난해 3월30일 1차 시험 때는 같은 발사체 형상에서 2단 엔진만 연소했다. 1·2차 시험에서 빠진 1단 엔진은 설계가 완성된 단계고 향후 일정에 따라 지상 연소시험 등을 할 예정이다. 이 발사체는 1~3단은 고체연료를 쓰고 상단부에 해당하는 4단은 궤도에 정확하게 들어가기 위해 액체연료를 쓴다. 액체연료는 연료 분사량 조절 등을 통해 고체연료보다 추력 조절이 쉽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2차 시험에서 모든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당 수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2차 시험에서 2~4단 연소뿐 아니라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더미(모의) 위성 탑재체 분리 등의 검증도 이뤄졌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100% 신뢰도가 필요하므로 시험 발사를 더 해야 하고 위성체 개발 과정과도 잘 맞아야 한다. 2025년 실제 위성을 띄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추가 시험과 기술 검증을 거쳐 2025년께 500㎏ 초소형 합성 개구레이더(SAR·영상을 얻을 수 있는 레이더 기술) 위성을 500㎞ 지구 저궤도에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고체연료 추진 엔진은 북한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고체연료 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고체연료 로켓 엔진추력 140tf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는데 그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겠지만, 우주발사체를 궤도에 올리려면 140tf를 훨씬 능가하는 추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개발 중인 발사체 1단 엔진 추력이 북한보다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고체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의 2차 비행시험 성공은 우리 군의 독자적 우주 전력 건설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이자 제7대 우주 강국 도약을 위해 진일보한 것”이라며 “군은 고체연료 추진기관과 관련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년 후 소형위성이나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확보해 독자적 우주 기반 감시정찰 능력을 크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소형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다수 발사해 위성을 군집 형태로 운용하면 한반도 전역을 살펴볼 수 있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해야 북 핵·미사일 대책인 킬체인이 제대로 작동한다.
국방부는 “군은 미래 우주 영역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영역임을 인식하고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합동성에 기반을 둔 국방 우주전력을 조기에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체연료 추진기관은 액체연료 추진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구조가 간단해 대량 생산이 쉽다. 액체연료와 달리 사전에 주입할 수 있어 신속 발사가 가능한 장점도 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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