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강원 속초시청 주차장에서 바라본 하늘에 긴 연기 꼬리를 그리며 날아가는 빛이 포착됐다. 이 현상은 강원 곳곳은 물론 수도권과 남부 지방에서도 관측됐으며,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 50분께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0일 저녁 6시 이후로 전국 각지에서 목격된 ‘섬광체’가 군의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인 것으로 드러나자, 불안에 떨던 시민들은 허탈감을 나타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힌 뒤라 시민들의 불안은 컸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아무개(32)씨는 “전국에서 다 목격될 만한 비행체를 발사하는데 공지를 미리 안할 수도 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전쟁 준비 발언을 한 뒤에 말도 없이 비행체를 발사하면 시민들은 무섭지 않겠느냐”고 황당해했다. 이씨는 “평소에는 성공이라고 하면 환영 박수를 칠지 모르겠으나 이번에는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저녁 서울·인천·경기·충남·경남·대구·전남 등지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빛을 뿜어내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장면이 육안으로 관측됐다. 전국 경찰서와 소방서에는 “하늘에 이상한 물체가 올라간다” “미사일 같은 게 지나간 것 같다”며 불안해 하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시민들의 호기심이 불안으로 변해갈 때쯤인 저녁 6시45분께 국방부는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 성공”이라는 짤막한 공지를 발표했다. 시험은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윤 대통령은 대전시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평화를 얻기 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이튿날 해가 진 뒤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3월30일 1차 시험발사는 이번 발사와 달리 한달여 전에 사전 예고됐고, 시험 역시 낮에 이뤄졌다.
저녁 6시15분께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이 물체를 목격했다는 함아무개(31)씨는 “말도 없이 시험 발사를 했다”며 어이 없어 했다. 경기 성남에 사는 김아무개(31)씨는 “따로 사는 엄마한테서도 불안하니 집에 들어가라며 전화가 왔다. 친구들 카톡방에서도 대통령이 전쟁을 언급하는 등 요즘 하도 불안하다고 해서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시험 발사 사실을 전하는 관련 기사에도 “전쟁 조짐 아닌가. 이러다 큰일 나겠다” “국민한테 아무런 통보도 없어 전쟁난 줄 알았다. 장난하느냐” 등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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