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서울시 옥수동 상공에 긴 연기 꼬리를 그리며 날아가는 정체불명의 빛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 현상은 전국 각지에서 목격돼, 사진과 영상으로 에스엔에스(SNS)에 공유되는 등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50분께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0일 저녁, 미확인 비행체가 하늘로 솟아올라 아래 쪽으로 빛을 뿜는 장면이 서울·인천·경기·충남·경남 곳곳에서 육안으로 관측됐다. 놀란 시민들은 이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공유했고, 전국 시도경찰서에는 이날 저녁 섬광체를 봤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45분께 대변인실을 통해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첫 고체 추진 발사체 시험 때는 한달여 전에 예고를 했지만 이번엔 전혀 공지가 없었다. 시험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충남 태안 종합시험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입 사흘 만인 지난 29일 대전 유성의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발사체 시험이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됐다. 이날 저녁 6시15분께 서울 서대문역 근처에서 섬광을 목격했던 함아무개(31)씨는 “사전 예고도 없이 이런 실험을 한 것이 어이없다”며 “통상 알고 있는 추진체 실험과 형태가 다르다. 국방부의 설명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아무개(32)씨는 “대통령이 전쟁 준비 발언을 한 직후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비행체를 발사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냐. 평소엔 ‘성공’이라고 하면 환영의 박수를 쳤을테지만 오늘은 너무 무섭다”고 했다.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는 액체추진 방식보다 경제적이고 신속하게 인공위성들을 지구 저궤도로 쏘아올리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어 우주산업의 상업성이 높아지고 군사용 저궤도 소형위성이나 초소형 위성 등을 다량으로 발사하는데 유리하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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