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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대선판 뒤흔드는 ‘못말리는 노무현’

등록 2007-06-10 19:23수정 2007-06-11 08:37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임기말 대통령 언변에 이후보 저후보 줄줄이 타격
말리고픈 맘 굴뚝같지만 “당분간 당하는 수밖에”
‘노무현 변수’가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선관위의 선거법 준수 요청을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입을 닫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대선 예비후보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두고 대선 구도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에 침묵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한 파괴력이 있다. 논리적으로 핵심을 짚기 때문이다.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격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10일 “노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선봉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40대, 사무직, 고학력층이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 기반인데, 이 계층은 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 따질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경부운하, 세금감면 등 주요 대선공약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 전 시장은 11일 경선 후보 등록 뒤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에게 반격을 가할 예정이다.

이 전 시장 쪽에서는 노 대통령 발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리할 것이 없다. 노 대통령의 행태에 국민들이 짜증을 내고 있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 쪽도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은 “‘박정희의 딸’이라고 하는 것과 ‘독재자의 딸’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박 전 대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당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피해가 더 크겠지만 우리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라며 “싸워서 이겨 봐야 남는 게 없는 현직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 이명박 박근혜 양 캠프 관계자들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당분간 ‘당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공격은 이른바 ‘범여권’의 후보들을 도와주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노 대통령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여권의 후보들은 존재감을 거의 잃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쪽은 “대선구도에 본격적으로 개입해 반한나라당 전선의 중심에 본인이 서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친노 후보를 세우기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당분간 직접 대응은 삼가고 대통합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근태·천정배 쪽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대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쪽은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언급한 것은 언론에서 ‘범여권’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범여권의 유일 후보는 노 대통령처럼 비치고 있다”며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타격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권이 새로운 판을 짜는 데 방해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그런 형국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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