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선거는 절대 안 나간다. 출마 생각이 없다고 여러 번 말했다”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 ‘절대’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2022년 대통령선거 출마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돌연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불과 10여 일 전인 지난 2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의 강연에서도 그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의사가 없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결같이 차기 대선을 바라봤던 그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갑자기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한 안 대표가 내세운 명분은 ‘결자해지’였습니다. 안 대표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결자해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 저는 오늘,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을 거론하며 “지난 9년간의 서울시정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시정을 사유화한 세력들의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습니다.
2011년 9월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세종로 광화문아띠 수피아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지원한다고 밝힌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보다 직접적인 계기로는 ‘정기국회’와 ‘백신’을 꼽았습니다. “출마 안 하겠다고 밝힐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게 없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대표는 “가장 큰 계기라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지는 이런 절차에 대해 무시하는 상황을 접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사 입장에서 이번 백신 구매 관련해서 국민께 솔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분노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단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가 단번에 결정을 바꾼 것이 아니라, 측근과 지지자들의 설득이 계속되어왔다고 설명합니다. 안 대표가 “절대 안 나간다”고 언급할 때에도 측근인 국민의당 의원들은 “정치는 생물”(이태규)이라거나 “‘제로’나 ‘무조건’은 정치 지도자가 말할 상황은 아니다”(권은희)라며 계속해서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를 아끼는 측근들뿐만 아니라 원로, 지지자, 야권 전반에서 ‘올해 안에 서울시장 출마 결단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박원순 문제 결자해지’ 압박에 더해 야권의 재보선 승리에 안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부 조사들마저 나오면서 끝내 거부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20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이태규 의원(왼쪽), 권은희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엔 서울시장, 2027년엔 대선 출마?
당 안팎에서는 3석 정당의 ‘원외’인 안 대표가 정치적 돌파구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총선에서 비례대표 3석만 얻은 뒤 국회에서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단 겁니다. 이태규 의원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당 존재의 의미를 찾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당내에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차원에서도 안 대표가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플보다 차라리 악플이 낫다고 무플정당에 대한 서러움도 있었을 것”이라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에스엔에스(SNS) 글이 국민의당 쪽 신경을 긁은 것도 당연하겠지요.
현재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안 대표가 체급을 낮춰 몸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차차기 대선’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서울시장으로서 능력을 검증받는다면, 차차기 유력 대선 후보의 입지를 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아직 예순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인 만큼 차차기 대선을 충분히 노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일단 서울시장 출마로 교두보를 마련하면 대선의 길이 열릴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차기 대선 주자로는 미미하지만, 통상 3석의 당대표로는 얻기 힘든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그 이후에 시장으로서 능력만 보여준다면 차차기 대선에서는 유력한 주자로 설 수 있다. 반전 카드가 필요했던 본인으로서는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긴 최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결심한 이번 출마가 그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내상을 안길 가능성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겁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거나, 보수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밀려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체급을 낮춰 정치적 중량감을 높이려던 선택이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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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불 당긴 안철수 출마선언…‘반문재인 빅텐트’ 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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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에 단일화 여부 주시하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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