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행사 전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0810 18분57초 통화
참석자2(원희룡 전 제주지사) 17분31초
우리 캠프로 지금 서로 싸우는 사람들. 나중에 다 알아야 될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그리고 만약에 좀 하다가. 네 예를 들어서 야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것들은 돌아가는 게 어떠냐 해가지고 그냥 옆에다가 자문을 구하는 엔(n)분의 일 중에 한 사람이 필요하면 저나 저쪽 사람한테 야 이건 자문을 구하는 겁니다 하면은 네 저희는 그럴 때는 철저히 자문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릴 거거든요. 예예예
참석자1(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17분58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는 지금 초기에. 제가 봤을 때는 지금. 네 저쪽에서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가지고 이제 세게 세게 얘기하는 거지 예 저거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 연구원 내부 조사하고 안 하겠습니까. 저거 곧 정리됩니다. 지금
참석자1(이 대표) 18분16초
이사님 오르고 계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참석자2(원 전 지사) 18분18초
아니 아니 저기. 휴가 끝나고 오시면. 아 아니 우리 이 대표님하고 저 정도는 이거는 신사 협정으로 완전히 이거는 불문에 붙이자 하면 제가 그런 부분에 의사소통이. 저는 얼마든지 가능한 사람이 저. 우리 경준이 문제 제기는 내가 한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그걸 내용적으로 서로 이렇게 하면 안 되고요. 예 그거 하더라도 이 후보의 의견 어떤 의견 제시다. 이렇게 해서 진지하게 좀 받아들여주십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의 통화 녹취록이 17일 밤 공개됐습니다. 인공지능 기술 서비스를 이용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녹취 파일이다 보니 ‘경준이(경준위)’ ‘이사님(지사님)’ 등의 오타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제 국민의 판단에 맡기고 당 개혁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원 전 지사가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오후 6시까지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라”고 맞받으면서 논란은 오히려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표를 둘러싼 통화 녹취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대표는 통화 자동녹음기능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지난 12일 윤 전 총장과 통화한 2분가량의 녹취록을 공개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캠프의 총괄부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 ‘이 대표 탄핵’을 언급해 논란이 되자,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습니다. 통화 사실이 알려진 뒤 “사과를 했냐” 여부를 두고 양쪽의 공방이 이어졌고 이후 인터넷상에 녹취 파일이 퍼진 겁니다. 이 대표는 “유출됐다는 녹취 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당 대표실 관계자는 “사과했다, 아니다 공방이 있어서 사실 확인 차원에서 녹취록은 아니고 정리만 한 적이 있다”며 통화 내용을 실무자가 정리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렇게 녹취 파일이 직접적으로 공개된 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통화 녹취 공개 자체가 정치 파트너로서 신뢰를 잃게 하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정치권에서 ‘말을 바꿨다’고 공격하는 진실 공방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개인적인 통화를 그것도 당 대표가 녹취록까지 까발리며 싸우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누가 그를 믿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14일 “녹취록 공개는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사적으로 개인적으로 전화한 것까지 본인의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이용하는 일이 있다면 사람으로서도 신뢰받기 어렵고 그 사람을 어떤 정치의 파트너로 상대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와는 통화는 물론 문자도 주고받기 꺼려진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옵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날 이 대표의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화도 녹음되는데 문자는 당연히 활용되지 않겠냐”라며 “어떤 답변을 하더라도 정확한 진실과 책임 있는 대화 속에서 이뤄져야지 개인 간 오고 가는 문자에 답하는 것은 현재 이 대표의 전모와 행태를 두고 봤을 때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록 유출 의혹 사건을 겪은 윤석열 캠프 쪽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어떻게 믿고 통화하겠나. 믿고 대화할 상대가 아니니, 녹음돼서 공개되더라도 괜찮은 말만 하지 않겠냐”라며 “물밑 협상이나 허심탄회한 대화는 이제 사실상 불가능해진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녹취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정치에 있어서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라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가 진실 공방에서 상대편을 억누르기 위해 무리하게 녹취록을 공개하며 위기와 고립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논쟁을 시작하면 반드시 끝장을 봐야 하는 이 대표의 스타일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전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를 향해 “너무 사소한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면 안된다. 지나가 버릴 건 지나가 버려야 되는데 참지를 못하니까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당내 입지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작은 데에서부터 밀리면 큰 것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 같다. 당 대표는 큰 걸 조율하는 자리인데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이 대표의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협상의 연속인 정치에선 속 터놓고 대화하는 물밑 접촉이 때로는 절대적인 역할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공개적으로는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밤에는 비공개로 술잔을 기울이고 수시로 통화를 하는 건 상호 신뢰를 쌓아 협상을 원만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지금처럼 녹음이 공개될까 두려워 대화하기 어려운 정치 파트너라는 불신이 쌓인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