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상 오는 9월로 예정된 대선 경선을 놓고, 친문재인계인 전재수 의원이 연기론을 주장한 데 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민형배 의원이 “대선 승리의 길이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한 당내 세력 간 수싸움이 경선 일정에서부터 격화되는 모습이다.
민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 두 분(전재수·김두관) 선배 의원께서 내년 대통령 후보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한 고심의 결과로 이해한다. 그러나 옳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경선 연기론에 대해 “선거를 공학으로만 접근하는 하책”, “자칫 당을 분열로 몰아넣고, 주권자 시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라고 표현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상 대선 18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2개월 늦은 120일 전까지 뽑으면 된다.
전날 전재수·김두관 두 의원은 각각 페이스북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선 경선 일정을 미뤄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핵심 친문 그룹인 ‘부엉이모임’의 멤버였던 전 의원은 현재 이광재 의원을 돕고 있으며, 김 의원은 직접 대선에 출마할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 의원은 지난 1월 이 지사와 정치적인 입장이 같다며 공개 지지를 밝힌 바 있다.
민 의원은 이날 글에서 “당헌-당규를 고쳐 국민의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선을 하는 것이 되레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다”며 “게다가 그 시기는 정기국회 기간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 의원은 “누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내용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정한 원칙을 쉽게 버리는 정당을 주권자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과 부산에 모두 후보를 냈고, 크게 패배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한 해도 지나지 않아 두 번씩이나 당헌-당규를 바꾸는 정당이라면 주권자 신뢰는 바닥보다 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두 의원의 경선연기 주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민 의원은 “이런 (대선 경선 일정 연기) 논의는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진행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압박하듯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경선연기는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당 지도부가 이런 논란이 더는 뜨거워지지 않도록 서둘러 정리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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