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개혁안을 다루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을 내정하는 등 특위 활동에 시동을 걸었지만, 이번엔 자유한국당이 정개특위 산하 1소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특위가 또 표류할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의 정개특위 위원장 선택 및 내정은 지난 6월 말 특위 활동을 연장하기로 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당시 1소위 위원장 문제는 별도로 논의된 바 없다. 22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회동에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을 우선 선출하고 두 특위를 가동하자’고 제안했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정개특위 1소위 위원장을 한국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소위원장은 상임위원회 간사 간 논의로 정하는데, 이번엔 원내대표들이 직접 나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이 1소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선 이유는 1소위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을 다루는 핵심 기구이기 때문이다. 현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한국당이 1소위 위원장까지 교체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를 자인한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논의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되돌리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 대표 역시 1소위원장 자리가 선거제 개혁 성사 또는 훼방을 위한 핵심 자리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지난 1소위 회의 과정을 봐도 소위원장 구실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의견을 모았을 당시, 추가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달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김종민 1소위원장은 1월 말까지 10차례의 집중적인 회의를 열었고,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각 당의 선거제 개혁안 당론을 내놓을 수 있었다. 지난달 여야가 정개특위 연장에 합의하게 된 데에도 1소위에서 여야 4당 의원들이 ‘정개특위가 연장되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안을 의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게 큰 원동력이 된 바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이처럼 ‘선거제 개혁 논의의 첫 관문’인 1소위의 사회권을 가진 위원장직을 차지하는 게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 저지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정개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회의 지연, 의결 저지 등을 의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의결은 전체회의에서 하면 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당이 실질적인 선거제 개편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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