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상공에 침투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국방부도 거짓말하고 대통령실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용산 대통령실이 찍혔는데 (군이) 그걸 지금까지 모르고, 그것을 파악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장해도 국방부 장관이 계속 거짓말을 하냐”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통과했을 확률이 크다’는 김병주 의원의 주장을 부인하던 군 당국이 이런 입장을 뒤집고,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 무인기 1대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고 보고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김 의원의 주장에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얘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김 의원을 향해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까지 비판한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이런 거짓말하는 국방당국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겠냐”고도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또 대통령실이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도 4일 브리핑에서 관련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더 가관은 어제 국방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사실을) 보고했는데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안한 것”이라며 “국민을 왜 속이나”라고 말했다.
김 수석이 4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정작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에 대해선 알리지 않은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박 전 원장은 “(군이) 대통령한테 보고해도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거짓말하고, 엉뚱하게 ‘북한이 자꾸 그러면 우리도 9·19 군사합의 폐기하겠다’ 이런 얘기나 하느냐”며 “이슈를 이슈로 덮어버리려고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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