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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재용 부회장 턱밑까지 올라온 삼성바이오 수사

등록 2019-06-11 17:36수정 2019-06-11 19:33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정현호 사장. 1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정현호 사장. 1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회계조작)의 증거를 없애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로 불려가 집중 조사를 받았다. 삼성그룹 승계 문제와 얽힌 삼성바이오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다.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동문으로 이 부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지휘소 격인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경영진단팀장·인사지원팀장을 지냈고, 2017년 2월 미전실 해체 뒤엔 그 후신인 사업지원티에프(TF) 사장을 맡았다. 이미 구속된 삼성전자 재경팀과 사업지원티에프의 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8명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정 사장 소환이 이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검찰 조사의 마지막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이유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실은 금융당국에서 이미 확인된데다, 검찰 조사 과정에선 경영권 승계와 직결돼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 노트북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미전실’ 따위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했다가 들통난 게 한 예다. 삼성바이오 공장의 바닥을 뜯어내고 재경팀 공용 서버와 노트북을 숨겼다가 드러난 일도 기억에 생생하다. 삼성그룹 중심부에 있는 이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최고 상층부까지 조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건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08%)로 국내 1위 그룹 삼성의 정점에 올라 있다. 이는 삼성바이오 분식에 따라 기업 가치가 부풀려지고 뒤이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삼성바이오 모회사)의 합병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것이었다. 혐의가 사법적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국내 최대 기업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법적 정당성이 무너지게 된다. 이 부회장이 연루된 뇌물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분식회계와 부당 거래, 불법·변칙적인 경영권 승계 행위는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한국 자본주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중대 사안이다. 엄중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내려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을 쌓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설픈 상황 논리나 경제부담론 따위에 밀려 법 원칙을 저버리는 일은 경계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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