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무실로 사용하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승지원.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은 11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사장 검찰 소환을 앞두고 지난해 5월10일 이재용 부회장이 주재한 ‘승지원 회의’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승지원 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거인멸 등이 논의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유죄 심증을 굳히게 하는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심야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삼성이 적극적인 해명과 방어에 나선 배경에는 ‘승지원 회의’가 갖는 복합적인 상징성이 자리하고 있다. 또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부사장 3명이 잇달아 구속된 데 이어, 그 윗선이자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 사장이 조사를 받게 된 수사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정 사장은 마지막 ‘방패’이고, 검찰로서도 정 사장 이후 ‘윗선’ 수사는 이 부회장 한명만 남게 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증거인멸 등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결고리로 승지원 회의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은둔의 경영자’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살던 서울 이태원동 집을 개조해 선대 회장 ‘뜻을 잇는다’는 의미로 승지원(承志園)이라고 이름 붙였다. 1987년 그룹 회장 취임 뒤 삼성 본관 집무실 대신 이곳을 이용했다. 이 때문에 ‘삼성 경영 총본산’이라는 지위를 누렸지만, 2008년 1월 삼성 비자금 및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며 ‘밀실 경영’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아들 이재용 부회장까지 승지원에서 그룹 수뇌부 회의를 열어 불법행위를 지시 또는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부회장 개인은 물론 글로벌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때는 업무 스타일 때문에 승지원이 중요 의사결정 장소로 이용됐지만, 이 부회장은 승지원뿐만 아니라 서울 서초동 사옥 집무실, 사업장, (비즈니스) 상대방이 머무는 호텔 등을 두루 찾는다. 지난해 승지원 회의 역시 일반적인 경영 현안을 논의했을 뿐이다. 승지원이라는 장소에는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남일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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