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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그룹 ‘핵심재무통’까지 구속…허물어지는 ‘삼성 방패막’

등록 2019-06-05 20:03수정 2019-06-05 20:07

검찰, 그룹 차원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정조준
삼성, 구속 막으려 촉각 세웠지만
법원 “혐의 소명, 사안 중대하다”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영장 발부

미전실 출신 총수 일가 ‘금고지기’
분식회계 증거은폐 회의 주도하고
회계 비밀조직 지분매입 TF 핵심

증거은폐에 집중했던 검찰 수사
그룹 회계사기 혐의로 무게 이동
정현호·이재용 향해 한발짝 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겹겹의 ‘방패막이’를 하나씩 허물고 있다. 5일 새벽에는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그룹 재무파트를 맡아온 이아무개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구속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수사로 구속된 삼성전자 부사장은 3명으로 늘었다.

삼성 내부에서는 다른 어느 때보다 이 부사장 구속 여부에 촉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부터 본격화한 검찰 수사가 이 사건의 ‘핵심’에 근접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 관련 자료 등을 은폐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를 받고 있다.

재무통인 이 부사장의 구속은 증거은폐에 집중됐던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이 그룹 차원의 회계사기로 이동할 것을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이제까지 구속된 삼성전자 임직원은 부사장과 상무 각 3명씩을 포함해 모두 8명에 이른다. 이들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지만, 이 부사장은 여태껏 구속된 이들과는 지위와 역할이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거은폐 회의를 주관했지만, 기본적으로 재무 전문가로 이 사건의 본류인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 총수 일가의 ‘금고지기’라는 얘기를 듣는 이 부사장은 삼성바이오 회계 관련 비밀조직인 지분매입티에프 핵심 구성원으로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 쪽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부사장보다 이 부사장의 구속을 막는 데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법원은 안 부사장 구속영장은 기각하고, 그룹 회계를 꿰고 있는 이 부사장은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내줬다.

이 부사장은 이건희 회장 시절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구조조정본부의 재무부 팀장,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부장을 맡았다. 이재용 체제에서는 미래전략실 전략팀 임원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를 챙겨왔다. 이번 회계사기 사건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전 미래전략실 부회장)-김종중(전 미래전략실 사장)으로 이어지는 보고라인의 한 축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구속한 이 부사장을 징검다리 삼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으로 수사 초점을 옮겨갈 방침이다. 검찰은 이 부사장이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관련 사항을 정 사장은 물론 이 부회장에게도 직보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회계사기라는) 본안 혐의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면 증거인멸 혐의만으로 굴지의 대기업 임직원 8명이 구속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임재우 최현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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