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40분께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륙하던 공군 KA-1 전술통제기가 강원도 횡성의 논에 추락해 소방관들이 화재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횡성소방서 제공/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5시간 동안 휘젓고 가며, 우리 군 대응의 문제점과 북한 의도를 치밀히 분석·검토해 대응 능력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수년간 군의 태세가 부족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밝혔는데 ‘전 정권 탓’이 아닌 스스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북한은 지난 26일 무인기 5대를 경기도 김포·파주와 강화도 일대의 민간인과 마을이 있는 지역까지 보냈다. 이 가운데 1대는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는데, 군당국은 부인했지만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공군 전투기, 공격헬기, 경공격기 등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격추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이륙하던 KA-1 전술통제기 1대가 추락하는 등 혼선이 적지 않았다. 군의 대공 방어망에 허점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급기야 27일엔 새 떼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하고 대응 출격한 우리 군 항공기를 북한 것으로 잘못 안 인천광역시가 재난문자를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군이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체계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찰기와 정찰위성이 없는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켜왔다. 2017년 6월에는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일대를 촬영한 무인기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군은 오래전부터 이에 대응할 저고도 탐지 레이더 도입, 신형 차륜형 대공포 개발, 전파 교란을 이용하는 무기체계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도 대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 대응과 함께 지상의 국지방공레이더와 방어부대의 대응 능력을 점검하고, 전자 교란 장비 ‘재머’ 등의 배치도 속도를 내야 한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우선적으로는 정찰 목적으로 분석되지만, 남한의 대비 태세를 시험하고 비정규전 형태의 ‘회색지대 전술’로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공격용 드론이 활용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무인기를 이용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거나 어떤 발언도 내놓지 않고 예정된 만찬을 소화했다가 다음날이 되어서 ‘전 정권 탓’만 한 건 수긍하기 어렵다. 지난 10월과 11월 미사일 발사 실패 때도 당국은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데 대해 “전쟁 중에는 토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 취임 7개월이 지나도록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가중할 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지난 26일 경기도 김포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무인기. <한국방송>(KBS) 화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