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심리부검이란 것이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하였던 사망자의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사건 당시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과 진술을 통해 검증하는 조사방법이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는 군대에서 발생하였던 의문사들에 대하여 여러가지 조사를 집행하는데, 최근에는 억울한 자살자들에 대해서도 심리적인 부검을 실시하여 만일 부대 내 가혹행위 등이 이유가 된 경우라면 망인의 억울함을 해소해주려고 노력한다.
지난주 변희수 하사의 극단적 선택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앞둔 상황이었다. 군이 행정소송 개시를 앞두고 변 하사에 대해 제출하였던 의견서에는 성전환 수술은 신체를 훼손한 자해행위이므로 이 같은 행위를 한 자체가 그가 심신장애임을 보여주는 주요 증거이기에 강제 전역 조치를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근본적인 의문점이 제시되는데, 변 하사가 군에서 주장하는 대로 군 복무에 부적합한 장애인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의 성정체성 혼란으로 부적응을 경험하다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성전환 수술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그 대안으로서 정신적인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군은 정신건강의 회복을 위해 선택하였던 성전환 수술을 자해라고 단정하였다. 반복적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병사들을 의가사 제대시키는 것처럼 변 하사도 자해로 인한 장애인이기에 군 복무가 적절치 않다고 공식적으로 판정을 하였던 것이다.
이런 의견서가 변 하사의 극단적 선택에 촉매제가 된 것인지 아닌지는 현재로서 정확히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의 성적 지향이 기존의 가치 질서에 어긋난다고 하여 심신이 장애라고 판정하는 일은 시대착오적이란 점이다. 동성애가 과연 정신장애인지에 대한 논쟁의 뿌리는 사실상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구사회에서도 동성애를 일종의 장애 요인이라고 간주했던 시절이 꽤나 오래 이어져왔다. 그러나 미국정신의학회(APA)는 1973년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리스트에서 삭제하였다. 정신질환 진단편람(DSM-Ⅲ)에서 동성애는 더 이상 진단명으로서 다루어지지 않게 되었으며, 나아가 신경학적 연구물들은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이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래적인 원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1985년 연구자들은 임신기 태아의 두뇌 발달 시기에 지나치게 높은 안드로젠에 노출될 때 성적 지향에 특이성이 나타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임신기 테스토스테론의 이상 분비가 여아의 성정체성에 비슷한 문제를 일으켜 양성애적이거나 동성애적 경향성이 나타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 역시 제안되었다. 최근에는 임신기 태아의 뇌하수체 발달과 개인의 성적 지향성이 매우 관련성이 높다는 주장도 등장하였다. 이들 신경생물학적 연구들은 성적인 지향성이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런 연구물들은 한가지 결론을 시사하는데, 개인의 성적 지향, 나아가 성정체성이란 개인의 의식적 선택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래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고유한 특성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것이 진실이라면 변희수 하사의 선택은 애초 자신이 갖고 태어난 성적 지향을 좀 더 적절히 구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은 합리적이고도 이성적인 판단이기에 심신의 장애로 인한 자해행위라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국방의 참여를 생존의 유일한 가치로 여겼던 개인을 장애라는 낙인을 찍어 퇴출, 나아가서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촉진한 과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차후에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부디 기대해본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