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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프로파일러 이수정] 코로나 너머 아이들이 위험하다

등록 2021-06-03 13:39수정 2021-06-04 02:38

이수정ㅣ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영국은 코로나19로 인해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3월부터 이미 개학을 선언했다. 이는 아동·청소년들에게 고립이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이 차후 회복 불가능한 수준일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아동·청소년의 발달에 관한 많은 실증적인 연구물에서는 장기간의 사회적 격리가 특히 아동·청소년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선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되면 아이들의 생활패턴은 일정하게 유지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은 건강상의 문제로도 이어지는데, 수면장애뿐 아니라 비만이나 중독 등 신체건강에 일단은 나쁜 영향을 준다. 차후 이들 문제는 신경계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비정상적인 호르몬 분비와 신경전달물질 순환 결함, 나아가 면역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정신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키는바, 각종 불안 관련 장애와 우울, 무망감 및 자살사고에 이르기까지 격리와 고립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아동·청소년에게 여러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더불어 가정의 부적절한 보호 환경이나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는 특히 더 심각한 어려움을 야기한다.

아직 생물학적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소셜 큐’(social cues, 사회적 신호)에 대한 결핍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타인의 정서와 의도, 그리고 신념체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거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꼭 필요한데, 팬데믹 격리는 이런 상황을 박탈한다. 학교를 가지 못하면 또래와의 관계 형성이 불가해지고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크로너와 코네인(2018)은 이런 상황이 대인 간의 관계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 중추신경계의 연결망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특히 정서 경험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충동조절 중추인 전전두엽 기능의 발달을 저해하는데, 이렇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다양한 정신질환 문제뿐 아니라 인지적 결손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장기간의 고립과 격리로 인한 문제에는 그러면 어떤 해결안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자연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을 제안한다. 자연에 노출되면 심혈관계 이완 등 생리학적 순기능뿐 아니라 특히 아동·청소년에게는 자기조절력 향상에다 인지능력과 의사소통능력까지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켐플 등, 2016).

아동·청소년의 자가격리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나 온라인 범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례없이 학대 끝에 사망하는 아이들의 수가 늘고 있으며 오프라인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온라인 성착취 범죄로 유인되는 성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의 지표를 고려해볼 때 더이상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좀먹게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다행히 교육부는 2학기부터 아이들의 등교를 좀 더 널리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주문하고픈 내용은 외국 선례에서처럼 아이들의 야외활동 시간을 늘려주었으면 한다. 볕은 비타민D 합성 등 면역력만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회적인 기능 역시 회복시켜준다. 서구에서의 연구 결과가 다양한 학교 활동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여전히 교육격차만을 걱정하며 아이들을 학교 현장에만 잡아두려 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지금까지 한번도 접해 볼 수 없었던 신인류의 모습으로 추락할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표정 하나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고립 속에서 자라난, 자기욕구만 중시하는 인간, 그 모습은 사이코패스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햇빛 아래 자연 속에서 반려동물들과 뛰노는 시간, 그것만이 2년 동안의 격리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임은 쉽게 짐작되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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