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했던 거예요. 수술 후에 우울증이 사라지는 등 모든 게 정상이 됐어요.” 변희수씨가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공원에서 했던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일주일 새 2명의 성소수자가 세상을 떠났다.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을 떠나야 했던 변희수(23) 전 하사에게 “서로의 존재만으로 희망”이라고 연대의 편지를 썼던 김기홍(38)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일주일 만인 3일 변 전 하사가 충북 청주시 집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한국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맞섰던 성소수자의 잇따른 죽음에 “더는 사회적 타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의 애도 물결도 이어졌다.
군인권센터는 4일 “당당한 모습의 멋진 군인,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며 크게 웃던 전차조종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한다”며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던 이들의 따뜻한 인사 속에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위해 용기 내 주셨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한다.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한다”고 애도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논평을 통해 “그대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건 배려도, 포용도, 관용도 아닌 그저 모두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의 문제”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참담해하면서도 고인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추모 논평을 내어 “당신이 있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트랜스젠더의 삶은 성전환 이전과 이후가 단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고인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그리고 육군 하사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았을 뿐이다. 우리가 이제 고인의 운동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추모와 함께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트위터에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투쟁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성소수자를 혐오와 싸우는 투사로 만들지 않는 사회를 이루는 일에 동참하겠다”(@*****eye), “이 사회를 더 제대로, 바르게 바꾸지 못했던 우리도 자성해야 한다. 그래서 안타까움뿐만 아니라 책임감과 부채의식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_G_) 등의 글이 올라왔다.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게 없다”고 한 육군 관계자에 대한 질타와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9년 11월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는 여군 복무를 희망했지만, 육군은 지난해 1월23일 그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군의 조처가 “법적 근거 없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이 진행되지 않아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첫 변론기일은 다음달 열릴 예정이었다.
이주빈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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