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이명박 경제정책’ 평가와 고민 / 안재승

등록 2008-01-13 18:56수정 2008-01-14 08:54

안재승 경제부문 편집장
안재승 경제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지난 화요일(8일) 오전 편집회의 때의 일입니다. 그날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장 주요한 토론 주제였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동안 내놓은 이동통신요금 인하와 신용불량자 대책 등 주요 정책들이 이명박 당선인이 줄곧 주창해온 ‘시장주의와 작은 정부’ 원칙에 맞는 것인지, 다르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이명박 당선인이 내세우는 이념과 주요 정책들 간의 모순, 또 오락가락한 일부 정책들의 혼선 문제 등을 지적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요금 인하와 신용불량자 대책은 <한겨레>가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들 정책을 단순히 시장주의 시각이나 또는 반대로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관점에서 조명하다 보면, <한겨레>가 그동안 지켜온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희는 이동통신회사들이 독과점 구조와 정부의 방치 속에서 폭리를 취해 왔다고 지적하며 이동통신요금을 대폭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신용불량자 구제 문제도 금융 소외 계층 해소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해 왔습니다.

이명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토론은 그날 저녁 편집회의까지 이어졌습니다. 1판 신문의 기사가 편집회의의 고민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자칫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만큼 세심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산고를 겪은 끝에 나온 기사가 바로 지난 9일치 1면 머리기사인 ‘눈앞 실적·속도 급급, 군림하는 실용주의’입니다.

저희는 이명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스스로 내세우는 시장주의와 모순되는 대목이 있지만 그것을 크게 트집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인수위가 시장주의를 마치 지고지선의 가치처럼 떠받들던 자세에서 벗어나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금 이명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에서 정말 문제되는 것은 시장주의냐 아니냐보다는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라는 게 저희의 판단입니다. 뚜렷한 원칙 없이 필요할 때마다 이런저런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과정은 무시한 채 실적주의에 빠져 속도전을 치르듯 성과를 내려는 태도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동통신요금 인하만 해도 비록 그 방향은 옳지만 추진 방식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취임 전 인하’라는 단기 목표를 세워놓고 통신회사들의 팔을 비트는 모양새로 비치기 때문입니다.

‘군림하는 실용주의’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한 독자는 “참여정부가 이렇게 했다면 ‘포퓰리즘’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했을 보수언론들이 가만히 있는 게 신기하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러 “비판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 시행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비판하는 게 옳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새 대통령이 당선된 지 한달 가까이 흘렀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겨레>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어떻게 신문을 만들 것이냐”고 묻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말합니다. “공연히 비판을 하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박수를 치지도 않습니다. 사안별로 그때그때 서민의 편에 서서 옳고 그름을 엄정하게 따질 뿐입니다.” 안재승 경제부문 편집장 js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1.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2.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유레카] 대통령까지 중독된 알고리즘 공화국 3.

[유레카] 대통령까지 중독된 알고리즘 공화국

앞으로도 우린 파쇼와 싸우게 된다 [아침햇발] 4.

앞으로도 우린 파쇼와 싸우게 된다 [아침햇발]

트럼프, 멜라니아, 밈코인 [헬로, 크립토] 5.

트럼프, 멜라니아, 밈코인 [헬로, 크립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