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의 실용주의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일성으로 ‘실용’을 주창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오늘 사과를 따 먹겠다”는 이 당선자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열쇳말도 ‘실용’이다. ‘실용주의’가 정치노선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지만, 이 당선자는 20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을 선택했다”고 말해, ‘실용’을 ‘이념’의 반대 개념으로 규정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기본 정신)을 연상하게 한다.
■ ‘이명박 실용주의’란?=이 당선자는 ‘실용’을 ‘탈이념’과 ‘실천’이 융합된 개념으로 쓰고 있다. 보수·진보 이념 대결에서 벗어날(탈이념) 뿐 아니라,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대통령도 직접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를 호소(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시장주의에 가깝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당선자 쪽은 ‘이명박 실용주의’가 약자 보호 측면을 적극적으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이라기보단 오히려 기존 보수주의를 보완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신재민 전 선대위 메시지단장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시대 상황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완화·자립형 사립고 등 시장주의 골격
대북정책도 철저한 주고받기…‘신 보수’ 강조
‘대중 영합성’ 짙고 절차 정당성 훼손 비판 일어 ■ 정책에 어떻게 구현될까=이 당선자의 실용주의가 정책에서 구현되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장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되,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익적 장치를 보완하는 형태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집값을 잡기 위해 참여정부는 강력한 규제와 세금 정책을 무기로 수요의 분산·억제 방식을 취했다면, 이 당선자는 오히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집을 지어줘야 한다”며,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완화하자는 쪽이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 만능주의적으로 비치는 정책에 약자 보호 개념이 더해지는 게 ‘이명박 실용주의’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재건축·재개발 차익을 서민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 △대형마트의 지방도시 영업 제한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농가부채 동결 △생계형 신용불량자 사면 등 약자 보호를 위해 시장주의에 어긋난 정책들이 동시에 실시되는 형태다. 교육정책도 비슷하다. “(특목고·자사고 등) 좋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들어줘야 한다”며 자율형 사립고를 100곳이나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소득에 따른 계층할당제를 실시해, 가난한 학생도 장학금을 받으며 자사고에 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명박 실용주의’다. 이 당선자는 평준화, 3불 정책 논란 등을 비생산적인 이념 다툼으로 치부한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학생만 잘 가르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이 당선자 쪽의 말이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르지도 않지만, 과거 ‘반공을 국시’로 하는 형태의 딱딱한 우파 이데올로기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가 우파 보수주의자들로부터 가끔 국가 정체성이나 이념을 의심받는 이유다. 시대적 흐름인 ‘햇볕정책’을 외면하지 않지만, ‘준 만큼 얻을 건 얻어야겠다’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식 시장논리가 대북정책에도 배어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과)는 외교정책에서도 “참여정부는 ‘자주’라는 명분에 치우쳐 미국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어떤 게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생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사대주의에 입각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 ‘장밋빛 포퓰리즘’ 비판=‘이명박 실용주의’가 보수와 진보가 결합된 ‘중도 보수’인지, 실용의 탈을 쓴 ‘신보수의 강화’인지 판단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그러나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무시하는 우리 사회의 물신화 현상을 더욱 강화하고, 실적·성과주의에 매몰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또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는 “세금은 줄이고 복지는 늘린다”, “대기업도 살리고 중소기업도 살린다”, “경제는 성장시키고 생활비는 줄여준다” 등 서로 대립하는 내용이 장밋빛으로 포장돼 있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성격이 짙다. 똑같이 실용주의 우파 노선을 표방하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된다. 자칫 임기 내 성과에 집착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후임 정부의 부담으로 남을 위험성도 크다.
‘실용’의 강조는 무원칙·비일관성으로 흐를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흐를 경우, 목적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재건축 완화·자립형 사립고 등 시장주의 골격
대북정책도 철저한 주고받기…‘신 보수’ 강조
‘대중 영합성’ 짙고 절차 정당성 훼손 비판 일어 ■ 정책에 어떻게 구현될까=이 당선자의 실용주의가 정책에서 구현되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장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되,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익적 장치를 보완하는 형태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집값을 잡기 위해 참여정부는 강력한 규제와 세금 정책을 무기로 수요의 분산·억제 방식을 취했다면, 이 당선자는 오히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집을 지어줘야 한다”며,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완화하자는 쪽이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 만능주의적으로 비치는 정책에 약자 보호 개념이 더해지는 게 ‘이명박 실용주의’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재건축·재개발 차익을 서민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 △대형마트의 지방도시 영업 제한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농가부채 동결 △생계형 신용불량자 사면 등 약자 보호를 위해 시장주의에 어긋난 정책들이 동시에 실시되는 형태다. 교육정책도 비슷하다. “(특목고·자사고 등) 좋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들어줘야 한다”며 자율형 사립고를 100곳이나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소득에 따른 계층할당제를 실시해, 가난한 학생도 장학금을 받으며 자사고에 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명박 실용주의’다. 이 당선자는 평준화, 3불 정책 논란 등을 비생산적인 이념 다툼으로 치부한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학생만 잘 가르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이 당선자 쪽의 말이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르지도 않지만, 과거 ‘반공을 국시’로 하는 형태의 딱딱한 우파 이데올로기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가 우파 보수주의자들로부터 가끔 국가 정체성이나 이념을 의심받는 이유다. 시대적 흐름인 ‘햇볕정책’을 외면하지 않지만, ‘준 만큼 얻을 건 얻어야겠다’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식 시장논리가 대북정책에도 배어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과)는 외교정책에서도 “참여정부는 ‘자주’라는 명분에 치우쳐 미국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어떤 게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생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사대주의에 입각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실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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