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국정치 전문가인 나카야마 도시히로(사진) 게이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보수정권의 붕괴로 인해 한-일 사이에 “중국과 거리두기라는 문제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향후 동아시아 정세의 주요한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나카야마 교수의 입장은 트럼프 정권의 등장과 동아시아 정세 전반을 바라보는 일본 주류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등장을 일본에선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트럼프가 미국을 세계에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명확하지 않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기능적으론 늘 아시아의 일부였다. 미국은 끊임없이 이 지역에 대해 ‘커미트먼트’(관여)한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로부터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느낄 수 없다. 미국이 세계에 개입하는 것을 통해 미국이 손해를 본다는 근원적 불신이 있는 듯하다. 2차대전 이후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왔지만, 이제 이게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불확실성이 있다.”
-일본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아베-오바마 정권 시절 미-일 동맹은 매우 좋았다. 아베-오바마 정권의 미-일 동맹은 정상 간 개인적 관계가 아닌 제도를 통해 지탱해왔다. 그래서 이것이 (계속) 잘 작동되면 트럼프 정권에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동맹 자체는 잘 작동될 것으로 본다. 일본으로선 미국을 이 지역에 확실히 붙들어 매는 게 당면 과제다.”
-트럼프 정권은 한·일 양국 모두에 동맹 유지를 위해 더 큰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방위비를 늘리라는 요구는 할 것으로 본다. 동맹국에 응분의 부담을 요구하는 건 어떤 의미에선 정당성 있는 주장이다. 여기에 일본이 응답하려면 방위비를 늘리거나 안전보장에 대한 여러 제약을 해제하는 것이다. 일본은 2015년 안보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나름 조처를 취해왔다.”
-트럼프 정권 등장에 대해 한-일 간 견해차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박근혜 정권이 남긴 ‘부의 영향’이 있다. (박 정권 붕괴로) 한국 보수가 후퇴하고 리버럴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중국과의 거리두기 방식이 일본과 상당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미-중의 힘의 균형 속에서 최소한 아시아에서 중국이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지역 안보 문제를 보는 부분이 있다. 향후 이 지역에 (예전의) 중화질서 같은 게 생겨난다면, 한국은 그 안에서 살아갈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본은 중화질서 같은 것은 이 지역에 좋지 않다고 본다. 일본이 중국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전후 이 지역의 번영을 지탱해온 (미국 중심) 질서가 이 지역에 가장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중화질서 같은 것에 명확히 ‘노’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아마 일본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지역에서 일본에 유일하고 불가결한 파트너가 누구냐고 한다면, 결국 미국이다. 물론 한국도 미-한 동맹이 흔들리면 북핵 대응에 문제가 생기니 이를 중시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두를 보고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의 비율이 한국에선 일본보다 더 많지 않을까 한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북한 관련 강경 발언도 했지만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확실한 방향성이 정해지려면 외교 라인 인사가 끝나고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할 것이다.”
-한국의 사드 논란에 대해 평가하자면.
“현재는 정치적 공백 상황이니 당장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긴 힘들 것이다. 한국이 미-중 어느 쪽에 붙을 것인지가 아니라 한국의 안전보장을 생각할 때 사드가 필요하다면, 어려운 일이겠지만 중국을 설득해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현재 한국의 최대 과제는 되도록 빨리 정치적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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