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문가인 청샤오허(사진)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유례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출발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미 관계를 우려했다. 최근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보며, 중국 학자들은 중-미 관계를 역대 가장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했다. 청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인민대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은 중-미 관계에 어떤 의미인가?
“중-미 관계는 단순한 양자 관계가 아니라, 지역 문제와 전지구적 문제에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미의) 이런 경쟁과 협력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외교와 대외정책을 이렇게 알 수 없는 건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는 트위터에서 여러 차례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밝혔지만, (중국에)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죄다 비판이었다. 미국 대통령들은 선거에선 중국에 강경했다가도, 당선·취임 뒤에는 유화적으로 되곤 했다. 트럼프는 그럴 기미가 없다. 중국 학자들이 중-미 충돌 가능성에 지금만큼 비관적이었던 적이 없다.”
-대만 문제에서 (미국은) 연일 중국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에는 (트럼프의 말처럼) 협상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는 대만을 도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면 4년 동안 대만해협이 평화로울 수 없다.”
-북한에 관한 미-중 갈등도 있을 수 있지 않나?
“대만 문제와 북한 문제는 위상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에 대만은 핵심이익이자 내정 문제여서, (대만 문제에선) 중-미는 충돌할 뿐 (절충선에서) 협력할 게 거의 없다. 반면, 북한은 국제 문제다. 중-미 (모두) 핵심이익도 아니어서, (북한 문제에선) 갈등보단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이 더 많다.”
-남중국해 문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잦아드는 분위기다.
“중국의 힘이 강대해지니 아주 짧은 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실력의 문제다. 두테르테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방문해 240억달러 규모의 투자·차관을 가져갔다. 중국은 미국이 덜 주거나 또는 줄 수 없는 도움을 준다. 필리핀은 미국의 동맹이지만, 그래서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미국을 상대로 이런 ‘외교 승리’가 다른 데서도 가능할까?
“힘들다. 필리핀은 경제원조가 필요한 나라였다. 그러나 다른 여러 면에서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실력이 안 된다. ‘인민폐 외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하드파워 외교’나 ‘인민폐 외교’를 많이 하지만, 지나치면 인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굴기하면서 소프트파워를 하드파워와 함께 키우는 것이 중국 외교의 과제다.”
-중국은 올해 19차 당대회가 열린다. 대내 안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대외적으로도 안정을 추구할 수 있을까?
“대외적으로는 안정이 목표가 될 수 없다. 일대일로 같은 계획은 큰 변화를 동반한다. 당대회 이후에도 2~3년은 더 불안정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생기는 불안정성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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