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5일(현지시각)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게 포위당할 위기에 처한 동부 돈바스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사수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밤 연설을 통해 자신의 보좌관들이 바흐무트에서 물러나지 않고 계속 싸우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주재한 군 참모부 정례회의 때 바흐무트 방어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의 의견에 찬성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바흐무트 주변에 배치된 자국군이 적군을 계속 괴롭히고 있으며, 진지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군 1만여명이 반격을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몇개월째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주 북부 지역 점령을 시도하면서, 이 지역의 교두보 구실을 하는 바흐무트 포위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가을 북동부 하르키우주와 남부 헤르손주에서 잇따라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후퇴한 이후 눈에 띄는 전과를 얻기 위해 바흐무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바흐무트에서 몇달째 격전이 지속되며 이 도시엔 ‘고기 분쇄기’란 악명이 붙었다.
러시아군의 집중 폭격으로 바흐무트 시내 건물들은 거의 파괴된 상태이고, 지속적인 폭격 탓에 적어도 4천명 이상의 주민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사수 의지를 밝히면서, 두 나라의 군과 민간인들이 입게 될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인근 도시인 차시우야르, 코스탼티니우카에 대한 포격도 강화하고 있다. <에이피>는 두 도시의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포격이 이어지는 데다가 외부와 연결되는 다리까지 파괴돼 대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몇개월째 도네츠크주 북부에서 확실한 전과를 올리지 못하면서 이 지역 공격에 선봉대 구실을 하고 있는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과 러시아 정규군 사이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바그너그룹 설립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5일 이 지역에서 탄약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6일에는 러시아군의 군사 작전 본부에 바그너그룹 대표의 출입이 금지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프리고진은 앞서 지난 주말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자신의 부대가 탄약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바그너그룹이 지금 바흐무트에서 퇴각하면 전체 전선이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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