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전투’ 종착점…우크라군 철수 준비하나

등록 2023-03-05 16:24수정 2023-06-25 15:37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전투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어머니가 4일 보리스필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관을 덮은 국기의 천을 받아들고 울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전투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어머니가 4일 보리스필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관을 덮은 국기의 천을 받아들고 울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6개월 이상 진행된 동부전선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전투가 종착점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세를 가하는 러시아군이 이 도시를 거의 포위해 시가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퇴각로도 차단돼, 우크라이나군도 철수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상황을 정기적으로 트위터에 올리고 있는 영국 국방부는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36시간 동안 바흐무트 외곽의 핵심 교량 2개를 파괴해 보급선이 점점 제한되고 있다고 적었다. 파괴된 교량 중에는 바흐무트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군에는 마지막 보급로인 인근 차시우야르로 이어지는 다리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교량 파괴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북쪽 교외 쪽으로 더 진공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3일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우크라이나의 이런 조처들은 철군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연구소는 우크라이나군이 “특히 전황이 어려운 동부 바흐무트에서 제한적이고 통제된 철군을 수행하면서” 그쪽으로의 러시아군 진공을 막고 서쪽으로의 탈출구를 제한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3일 바흐무트로 이어지는 마지막 도로들에 포격을 가해, 바흐무트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다고 <로이터> 등은 전했다.

바흐무트 공세를 주도한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3일 동영상에서 바흐무트는 “실질적으로 포위됐다”며 우크라이나군에는 탈출로가 하나만 남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탈출로가 완전히 봉쇄되기 전에 철군하라는 메시지다.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한 동영상을 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4일 동부전선을 방문해 군 시찰을 하고는 병사들에게 국가명예훈장을 수여했다.

최근 들어서 바흐무트 전투가 극도로 “격렬하다”며 어려움을 표현해왔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에서 바흐무트 방어군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전투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페이스북에서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로 진공하려고 하나 포위하는데 실패했다며, 우크라이나 방어군들이 도시 안팎에서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철군과 러시아의 점령은 시간 문제로 지난해 5월 마리우폴 전투 때처럼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서방 관측통들 사이에서 나온다. 당시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시내에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아조우 부대 등과의 시가전을 한달 이상이나 벌였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3일 낸 성명에서 러시아가 “가장 준비된 부대들”을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며, “전선에 있는 우리 부대들의 방어 능력 향상에 관련해 문제되는 사안들”을 평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러시아 군의 바흐무트 공세는 지난 연말 들어서부터는 격화돼 함락이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에서 철군으로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항전을 고집했다.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서방의 지원을 지속시키고, 러시아군에게 손실을 가해 진공을 지체시키려는 전략으로 평가됐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은 할 수 있는 한 도시를 지켜서, 궁극적으로는 도시를 내어주더라도 러시아군 능력을 저하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바흐무트에서 하루 800명까지의 러시아 병력이 전사했다고 주장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전략이 지난해 여름 러시아의 시베로도네츠크 및 리시찬스크 공세에서도 유효했다고 지적하나 반론도 거세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이미 폐허가 된 도시를 지키려고, 하루 수백명의 전사자와 부상자를 감당하는 손실을 봤다고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인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바흐무트 전투에서 양쪽이 주장하는 상대편의 전사자나 병력 손실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쪽 역시 막대한 피해는 불가피한 게 확실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연말 3만명의 병력을 바흐무트에 투입했던 것으로 보도됐으나, 현재는 잔존 병력이 수천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흐무트 전투는 러시아가 지난 연말부터 가중시키는 소모전의 대표적 전장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말려들어서 전력을 소모시켰다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점령하면 도네츠크 전역 점령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미 바흐무트 함락을 염두에 두고 서쪽의 전선에 참호를 강화해, 러시아도 획기적으로 전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 역시 기존의 소모전 전략을 지속하면서, 우크라이나군 전력 손실 최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바흐무트 전투의 결과는 장기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군사전문 사이트 <1945>에 미 육군 중령 출신의 군사전문가 다이넬 데이비스는 우크라이나는 지난 1월 솔레다르 함락 때 바흐무트에서 질서정연한 철군을 했다면 수천명의 병력 손실을 막고, 2월초에 40㎞ 서쪽의 슬로브얀스크-크라마토르스크 선에서 안정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전선에서 상실한 시간과 전력은 서방이 기대하던 우크라니아의 봄 혹은 여름 반격 공세에 큰 위험을 조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비혼·비연애·비섹스·비출산”…한국 ‘4비 운동’ 배우는 반트럼프 여성들 1.

“비혼·비연애·비섹스·비출산”…한국 ‘4비 운동’ 배우는 반트럼프 여성들

로제가 보낸 3곡 중 ‘아파트’ 고른 브루노 마스…“끝내주네” 2.

로제가 보낸 3곡 중 ‘아파트’ 고른 브루노 마스…“끝내주네”

‘왜 하필 거기서’...경복궁 레깅스 요가 영상에 베트남 누리꾼 시끌 3.

‘왜 하필 거기서’...경복궁 레깅스 요가 영상에 베트남 누리꾼 시끌

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파월 “트럼프가 요구해도 안 물러나” 4.

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파월 “트럼프가 요구해도 안 물러나”

[뉴스AS] 트럼프 콕 찍어 “한국 조선업” 왜…결국 중국 견제 5.

[뉴스AS] 트럼프 콕 찍어 “한국 조선업” 왜…결국 중국 견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