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12조달러(1경6687조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생에너지로 급속한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신경제사상연구소는 13일(현지시각) ‘실증적 근거의 기술예측 및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줄>(Joule)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최근 몇십년 동안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비용이 기술의 발전으로 해마다 10%씩 하락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사용을 전환한다면 현재 수준으로 화석 연료 사용을 지속할 경우와 비교해 봤을 때, 2050년까지 약 12조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연구진은 지난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 동안 화석연료 가격을 인플레이션과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분석해 보니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재생에너지 가격은 지난 몇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연구의 주 저자인 ‘기업 및 환경 스미스 스쿨’의 루퍼트 웨이 박사는 “우리의 최근 연구는 녹색 기술의 확대로 (녹색 에너지 생산) 비용이 계속 낮아진다는 점이고, 추세를 가속화할수록 비용도 더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지난 2019년 필립 하먼드 당시 영국 재무부 장관은 총리실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으로 1조파운드(약 1602조원) 이상이 든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당시 보고서의 비용 추산이 과다했으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진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050년까지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예측도 너무 비관적이라고 비판했다.
풍력 및 태양광은 이미 새로운 전력 계획에서 가장 싼 선택지가 됐다. 다만, 날씨 변화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 변화가 큰 편이라, 생산량이 적을 때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는 남아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녹색에너지 기술 발전을 고려해 볼 때,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에 빨리 나설수록 경제적 이익과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를 주관한 도인 파머 교수는 “중심적 결론은 녹색에너지 전환에 전속력으로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다”며 “돈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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