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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핵은 정답이 아니다

등록 2022-09-04 18:02수정 2022-09-05 02:3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 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 원전’(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원/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 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 원전’(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원/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 |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올여름, 서울이 전례 없는 폭우를 경험하는 동안,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40도에 이르는 기록적 고온에 시달렸다. 보통 영국 하면 잘 알려진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와는 달리 올해에는 폭염과 드문 비에 일부 지역에 가뭄이 발생했다. 유럽 본토에서도 중요한 수송경로인 주요 강들의 수위가 낮아졌다. 산불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이런 ‘뜨거운 계절’은 이제 더 일찍 시작해 더 늦게 끝난다. 이 때문에 산불 진압과 인명 피해에 따른 응급조치 서비스에 더 많은 부담이 가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 궁극적으로 사회적 어려움을 야기한다. 유럽의 더위와 가뭄뿐 아니라 서울에서 발생한 홍수는 기후변화의 결과에 대처할 준비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보여준다.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달했다. 또한 이러한 경제손실은 2050년엔 국내총생산의 3.3%, 2100년에는 7.4%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화석연료에 대한 계속된 의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일반적인 에너지 요금이 연간 3549파운드(약 560만원)까지 오르고 있다. 올해 초에만 하더라도 그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에너지 요금이 6천파운드(약 94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산업 분야 에너지 가격 상승은 훨씬 더 심각하다.

우리는 서둘러 과거의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전례 없는 속도로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영국 보수당이 에너지 요금을 낮추기 위해 녹색 부담금(화석연료 공급자들이 매 분기 내야 하는 일종의 환경 부담금) 부과를 중단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재계 지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왜냐하면 이러한 부담금으로 조성한 기금이 탈탄소 정책 집행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재계가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지는 않지만, 탈탄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후위기의 위험성이 원자력 에너지의 부활을 정당화하는가? 당치 않다. 원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친화적이라는 주장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원전과 탄소발자국(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 생산, 수송·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나타낸 지표)을 둘러싸고 논쟁이 많지만, 원전은 태양광·풍력 에너지의 환경친화성과 경쟁할 수 없다. 게다가 재생 에너지는 더 저렴하기까지 하다. 또 우리는 핵 에너지가 일으킬 수 있는 엄청난 위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떠올려보자. 또한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된 우크라이나 원전을 둘러싼 최근의 위험신호는 유럽에 충격파를 던진다.

원전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원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는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근시안적이다. 원전은 “성장의 엔진”이 아니다. 막다른 골목이다! 내가 보기엔 윤 대통령은 그가 여태까지 대통령 집무실에서 보여준 무능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줄 어떠한 기사 제목이라도 뽑는 데에 열정적인 것 같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기술 수출을 축하하는 대신 한국 경제의 탈탄소화와 경제적 번영, 좋은 품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산업을 추진하는 데 의미 있는 전략을 짜도록 매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기도 했던 원전의 단계적 감축안을 폐기한 것은 분명 기후와 경제 모두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당장 시급한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인지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이 귀중한 시간을 놓칠까 두렵다. 더 중요한 것은 진보 세력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정의를 중심에 두는 대안, 그리고 미래 중심 성장모델을 추진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쏟는 것이다. 국회와 그 너머까지로 어젠다를 제시하고, 정부의 문제를 폭로하고, 때가 되면 패러다임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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