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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군 도망길에 남긴 편지 보니…“전역시켜달라” “탈진”

등록 2022-09-16 18:17수정 2022-09-17 13:56

우크라이나군 장병이 14일(현지시각) 러시아군 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궤도를 살펴보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장병이 14일(현지시각) 러시아군 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궤도를 살펴보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이 러시아군 장병들의 글에서 확인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이지움에서 황급히 퇴각하면서 남긴 것으로 보이는 편지글 10편이 발견됐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 글들은 러시아군 장병들이 퇴각 전 머물던 2층짜리 집에서 발견된 것으로 작성 날짜는 8월30일로 돼 있다.

내용을 보면, 한 장병은 스스로 모스크바 지역의 방공 미사일 소대 지휘자라며 “나는 휴가 부족과 도덕적 탈진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작전 임무 완수를 거부한다”고 적었다. 다른 병사는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는데도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역을 희망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병사도 “육체적·도덕적 탈진”을 겪고 있다고 썼고, 그 밖의 병사들도 휴가를 못 얻어 결혼하거나 아이 출산 때 곁을 지키는 등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이들 내용은 대체로 러시아군 장병들이 지치고 낙담하고 있으며 사기도 크게 떨어져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들 편지는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진격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발견했으며, 일부는 소셜 미디어로도 공개됐다. 손으로 쓴 이들 글 말고도 러시아군의 문서도 발견됐다. “톱 시크릿”이란 표시가 붙은 8월23일자 보고서는 러시아군 병사 넷이 우크라이나의 포격에 어떻게 전사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 러시아 어린아이들이 러시아군 장병들에 보낸 위문편지도 함께 발견됐다. 나스티아(Nastya)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안녕, 이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당신이 지금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건 안다”고 적었다. 또 “우리가 당신을 응원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라며 “당신이 지금 배고프고 춥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 수 있다”고 적었다. 레오니드(Leonid)라는 남자 아이는 “당신은 평화로운 시민을 지키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전쟁은 매우 나쁘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고한 사람이 죽고 파괴되고 일상을 누릴 수 없다. 당신은 집도 없이 방치되고 누군가 가까운 이를 잃을 수도 있다”며 “굴하지 않고 견뎌내어 완전한 승리를 쟁취하기 바란다”고 썼다. 게이다르(Geydar)라는 소년은 “당신의 가족이 당신을 자랑스러워하기 바란다”며 “당신이 아이가 있다면 당신은 그 아이의 눈에 영웅일 것”이라고 적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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