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5800명 이상이 숨지는 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인도주의적 일시 적대행위 중지’(humanitarian pauses)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호소하는 ‘휴전’(ceasefire)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처를 해야 한다”며 “식량·물·의약품, 그리고 다른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들이 가자지구와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목적을 위해 인도주의적 일시 적대 행위 중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 앞서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23일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적대행위 일시 중지를 촉구한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원한다. 그리고 (군사) 작전 중 일시 중단은 일시적인 기간 그렇게 할 수 있는 도구이자 전술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휴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휴전은 하마스를 이롭게 할 뿐이라고 믿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휴전과 (블링컨 장관이 앞서 밝힌) 인도주의적 일시 적대 행위 중지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그건 기간·범위·규모 같은 것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가자지구에 물·식량·연료 공급을 끊는 봉쇄 조처와 함께 대규모 폭격을 퍼붓고 있다. 블링컨 장관과 커비 조정관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가자지구 민간인 구호를 위해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부분적·단기적으로 군사 작전을 일시 멈추는 ‘인도주의적 일시 적대행위 중지’엔 찬성하지만, 그 이상의 포괄적·장기적 중지엔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휴전에는 여전히 반대하지만 이스라엘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구호 전달과 연결된 인도주의적 일시 적대행위 중지는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에서 “인도주의적 즉각 휴전을 다시 호소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