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에 뿌린 전단지. 팔레스타인크로니클 갈무리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220여명을 구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에게 포상하겠다는 내용의 전단지까지 살포했다. 이를 받아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군은 2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당신과 자녀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인질들에 대한 확실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달라 그럴 경우 당신과 당신 집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금전적인 보상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아랍어 전단지를 공개했다. 이들은 “당신에게 완전한 비밀을 보장한다”면서 신고할 수 있는 통로로 큐아르(QR)코드, 전화번호, 텔레그램, 왓츠앱 번호 등을 제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항공기를 통해 전단지를 살포했고 가자지구 마을 곳곳에서 전단지가 발견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머물고 있는 피란민들은 이스라엘 비행기가 떨어뜨린 전단을 발견한 뒤 수거해 찢어버렸다고 전했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은 “우리는 상관하지 않으니 당신(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라. 가자지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이곳저곳에서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가 기습 공격으로 인질 220여명을 끌고 갔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가자지구 지하터널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히 어디에 억류돼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요체베드 리프시츠(85)는 석방 후 언론 인터뷰에서 “젖은 땅을 걸어 거미줄 같은 지하 터널에 갇혀 있었다”고만 증언했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지상군을 투입해 인질 구출에 나서도 무사히 구출에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전단지 살포는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 궤멸이란 목표와 가능한 한 많은 인질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억류돼 있는 인질들 가운데 외국 국적자들이 많다는 점도 고민 거리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카타르를 중재자 삼아 하마스와 외국인 인질 50명을 추가 석방하는 협상을 시도한다고 알려졌다. 이 가운데 외국인 인질은 태국인 17명, 독일인 8명, 프랑스인 7명, 영국인 5명 등으로 각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 협상이 성공해도 하마스가 외국인 인질만 대량 석방하는 상황도 가능해 이스라엘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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