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드레셔에 있는 푸르덴셜의 한 탁아 시설에 모인 어린이들이 교사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 제공
탁아시설 전국 3천여개 직원 누구나 이용
부서장 절반이 여성 “기업가치 향상 도움”
부서장 절반이 여성 “기업가치 향상 도움”
신바람 일터 만들기 /
⑨ 미국 푸르덴셜 파이낸셜
뉴욕 맨해튼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한적한 도시 뉴어크(미 뉴저지주)는 흔히 ‘푸르덴셜의 도시’로 일컫는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이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의 집결지인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를 뒤로하고 이곳에 올해로 135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생명보험에서 부동산 서비스까지 종합금융회사를 지향하는 푸르덴셜 파이낸셜은 본사와 부속 건물을 비롯해 10개 건물이 뉴어크에 자리잡고 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에 11년째 다니고 있는 매건(가명)은 얼마 전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입양했다. 매건은 5주간 입양 휴직을 신청했다. 회사에서는 2주는 급여 전부를 지급하기로 했고, 입양 휴가로 12주를 사용할 수 있으니 마음껏 쓰라고 격려했다.
결혼과 입양 등 가족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복귀한 매건은 잠시 불안해졌다. ‘업무에 너무 소홀했던 게 아닌가, 내가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직원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ESP) 가운데 하나인 ‘라이프코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맘먹은 건 그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고민을 털어놓으니 불안함과 우울한 감정이 서서히 진정돼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매건은 이번 봄 인사에서 부서장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맛봤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은 전세계 30여개국에 임직원 4만여명을 두고 있다. 자산 규모에서도 3월 말 현재 6310억달러(635조여원)로 초대형 금융회사다. 한국에는 푸르덴셜생명보험이 1989년 처음으로 자리잡았다. 이어 2004년 국제투자부문 아시아총괄본부 구실을 하는 푸르덴셜투자 증권을 설립했고, 자산운용업에까지 진출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방점을 둔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사원 복지 철학은 ‘일하는 여성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피터 프라이스 홍보 담당 매니저는 “푸르덴셜 파이낸셜에 다니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탁아 시설이 미국 전역에 3천여곳이 있어 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 방문할 수 있다”며 “시설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 또한 다른 탁아 시설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일하는 여직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의 고민거리를 덜어주면 여성들도 일터에서 성공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여성들은 몸소 보여준다. 2007년 현재 푸르덴셜 파이낸셜 미국 내 전체 직원의 51%, 부서장급 간부 가운데서 50%가 여성이다. 한국의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여성관리자패널조사’를 보면 10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 341곳 가운데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74%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이런 환경을 제공한 결과 푸르덴셜 파이낸셜은 올해 미국여성중역협의회(NAFE) 선정 ‘여성이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 10위’ 안에 들었다. 또 <워킹마더>라는 잡지에 ‘엄마들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워킹마더>지의 제니퍼 오언스 특별 이슈 담당 편집장은 “여성뿐만 아니라 자녀나 다른 가족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연성의 확보는 좁은 의미에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에서 넓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연하게 어느 때나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과 삶 중 양자택일이 아니라 자신의 경력 관리나 개인사에 맞춰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언스 편집장은 “푸르덴셜 파이낸셜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정책이 결국 기업의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고,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은 <포천>이 선정한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생명 및 건강 보험’ 부문에서 2년 연속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뉴어크(미 뉴저지주)/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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