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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여유롭게 운동하듯…‘명품’을 만듭니다

등록 2008-06-24 19:03수정 2008-06-24 19:30

독일 드레스덴의 폴크스바겐 페이톤 공장 안 생산라인 모습. 대부분의 차량 조립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이 공장의 외벽은 모두 유리로 이뤄져 있고 바닥에는 단풍나무가 깔려 있다.   폴크스바겐 제공
독일 드레스덴의 폴크스바겐 페이톤 공장 안 생산라인 모습. 대부분의 차량 조립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이 공장의 외벽은 모두 유리로 이뤄져 있고 바닥에는 단풍나무가 깔려 있다. 폴크스바겐 제공
작업장에 클래식 흐르고 바닥엔 충격흡수재 깔고
직원 ‘최고 장인’ 대접…작업위치 조절 가능케
신바람 일터 만들기 /

⑦ 독일 폴크스바겐 ‘투명공장’

“여기 진짜 공장 맞아?”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 위치한 폴크스바겐의 ‘투명 공장’에 들어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내뱉는 말이다. 공장의 외벽은 온통 유리로 돼 있어 안에서 바깥이, 바깥에서 안이 훤하게 보인다. 공장의 바닥은 모두 부잣집 저택 바닥에나 깔려 있을 법한 단풍나무 원목이다. 공장 안에서는 시끄러운 소음 대신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공장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또 어떻고. 공장 외부에 조성된 녹초지는 5만㎡에 이른다. 게다가 공장 바로 옆에는 유서 깊은 거대한 식물원도 있어 돈 내고도 못 볼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놀라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공장의 자동차 생산 방식은 더욱 놀랍다. 폴크스바겐의 최고급 차량인 페이톤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불과 30대. 보통 자동차 공장들의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는 60대 이상이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경우는 시간당 73대 수준이니 다른 공장이 30분도 안 돼 완성하는 대수를 하루 종일 만드는 셈이다. 만드는 방식을 보면 왜 그것밖에 못 만드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작업을 기술자가 직접 손으로 천천히 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자동차를 손수 만드는 곳이다.

이 공장에서의 조립 작업은 엔진과 차체를 연결하는 이른바 ‘웨딩’(결혼) 작업이나 앞뒤 유리창 부착 등 부품이 너무 무겁거나 해서 사람이 하기에는 힘든 작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으로 이뤄진다.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명품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공방’이라는 개념이다. 이런 개념은 노동자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에서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푸른 작업복이 아니라 흰 가운을 입고 일한다. 그만큼 노동자들이 느끼는 자부심도 각별하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면 노동자가 최고의 환경에서 자신이 최고의 기술자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폴크스바겐이 이 공장을 지을 때부터 가져온 이념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 직원은 모두 400여명 정도다. 공장 안에선 생산 직원들이 두세명씩 짝을 지어 일한다. 여느 자동차 공장처럼 노동자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자신의 앞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얹힌 자동차가 오면 기계적으로 자신이 맡은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서 있는 바닥은 차와 같은 속도로 분당 14㎝ 수준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굳이 다리를 움직일 필요 없이 차와 함께 움직이면서 부품을 하나씩 조립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의 조립 업무는 몇개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노동자가 원할 경우에는 노동자 한 명이 한 대의 자동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조립할 수도 있다. 즉,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작업 흐름이 가변적이다.

공장은 노동자들이 최고의 상태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모두 유리로 된 외벽으로는 충분히 햇볕이 들어와서 좁고 어두운 느낌의 다른 공장들과는 전혀 달랐다. 바닥이 2만4천㎡의 단풍나무로 이뤄진 것도 단순한 호사가 아니다. 나무가 단단하면서도 충격을 흡수해 줘서 노동자의 허리에 가장 좋은 재질이기 때문이다. 조립 중인 차는 바닥에 놓여 있을 때도 있고 천장에 매달려 있을 때도 있는데 모두 노동자들이 조립할 때 편안한 자세로 일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위치 조절이 가능했다. 바닥에 있을 때는 노동자의 키에 따라 자유롭게 차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매달려 있을 때는 높낮이 조절은 물론 좌우로도 차를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바닥면을 조립할 때도 노동자가 허리를 굽혀 차 밑으로 들어가거나 천장을 쳐다보면서 일할 필요 없이 똑바로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물론 이 공장이 이만큼의 작업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은 이미 완성된 차체와 엔진 등에 추가 부품을 조립하는 업무만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동자가 최고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시도들은 다른 공장들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특히 차를 천장에 매달아 작업자의 근무 자세를 편하게 하는 방식은 이 공장에서 시작해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본사 공장에도 채용되는 등 널리 퍼지고 있다.

공장 책임자인 잉고 하이덴라이히는 “현재 공장에서는 최고의 노동자들이 최고의 차량을 완성시키고 있으며 회사는 그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일반 대량생산 방식으로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스덴/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도심 한복판 ‘친환경 공장’

주변에 350그루 대형나무 심고
대기 오염 등 막는 시스템 구축


도심 한복판 ‘친환경 공장’
도심 한복판 ‘친환경 공장’
‘투명 공장’(사진)에서 또 하나 특출한 점은 바로 설계부터 환경친화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물류 시스템이다. 공장으로 부품을 옮기는 대형 트럭들이 드나들면서 생기는 소음과 대기 오염, 교통 불편을 막기 위해 도시 전차 시스템을 이용한 물류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시 외곽에 위치한 프리드리히슈타트 물류센터에 있는 부품은 드레스덴에 원래 깔려 있던 전차(트램)선을 따라 전차에 실려 공장 지하로 바로 이동한다. 공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 부품이 드나드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공장 주변에는 5만6천유로(8960만원)를 들여 350그루의 대형 나무를 심었다. 또 조명은 근처 식물원의 식물과 곤충들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으려 공장 바깥쪽으로 빛을 뿌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즉, 모든 전등은 공장 안쪽을 향하도록 설치돼 있으며 또 빛의 파장도 식물과 곤충에 영향을 별로 끼치지 않도록 조절해 놓았다.

이런 덕분에 소음이나 매연 등 보통 공장 근처 주민들이 호소하는 민원은 이 공장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마르틴 니스 드레스덴 공장 대변인은 “자동차 공장이라면 으레 혐오시설을 생각하지만 우리는 페이톤 유리공장을 주변과 어울리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며 “그런 까닭에 자동차 공장이 유서 깊은 도시 드레스덴의 한복판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레스덴/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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