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파스트 대학가에 있는 보태닉 인은 평범한 펍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일터를 최고로 평가한다. 벨파스트 대학가에 있는 보태닉 인은 평범한 펍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일터를 최고로 평가한다.](http://img.hani.co.kr/imgdb/resize/2008/0528/03042976_20080528.jpg)
벨파스트 대학가에 있는 보태닉 인은 평범한 펍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일터를 최고로 평가한다.
교육·유연근로 통한 경력개발 직원들 만족
대기업 제치고 ‘영국 최고 일터’ 24위 선정
대기업 제치고 ‘영국 최고 일터’ 24위 선정
신바람 일터 만들기 2부 /
④ 북아일랜드 보태닉 인
토요일인 지난 10일 저녁 영국 북아일랜드의 주도 벨파스트 대학가에 있는 펍 보태닉 인은 축구경기를 보러온 손님들로 1, 2층이 꽉 찼다. 보태닉 인은 북아일랜드와 벨파스트에서 가장 붐비는 펍이다. 축구경기가 있는 주말에는 동시에 1천여명이 몰려드는 등 하루 3천여명의 주문이 쏟아진다. 바텐더와 웨이터들은 눈코 뜰 새가 없다.
2년 반 전부터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멜리사 플린은 보태닉 인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만 즐겁다. 플린은 대학 진학을 위해 벨파스트로 옮겨오면서 시간당 5.8파운드(약 1만2천원)를 받는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해 왔다. 플린은 “직원들이 친근하고 활기 넘치는 이곳은 매우 훌륭한 일터”라며 “모든 직원이 서로 격려하며 즐겁게 일하고 회사는 직원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녁 이후 바빠지는 펍의 특성상 보태닉 인에는 야간 근무와 시간제 근무가 많다. 직원들은 일하는 시간과 고용기간에 따라 풀타임과 파트타임, 일반직과 임시직으로 나뉘지만 차별은 전혀 없다. 풀타임 직원이 24명이고, 대부분 인근 대학 학생들인 파트타임 직원이 72명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모든 유·무형의 급여와 복지 혜택은 동일한 직종에 대해 똑같다.
플린처럼 직원 96명은 일터로서 보태닉 인이 매우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보태닉 인은 2004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일터’에서 유수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24위에 오른 뒤 여전히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50위 안의 회사로는 북아일랜드 유일의 기업이다. 지난해 <선데이 타임스>의 ‘일하기 좋은 직장 100곳’에도 선정됐다. 보태닉 인은 이 펍을 모태로 2개의 소규모 호텔과 10곳의 카페·바 등을 거느린 주식회사로, 600여명의 직원이 지난해 매출 400억원, 순이익 20억원을 올렸다. 평범하고 시끌벅적한 펍과 카페가 훨씬 깔끔하고 급여도 높은 유명 호텔이나 대형식당 체인을 따돌리고 ‘최고의 일터’로 선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 신문이 ‘최고의 일터’를 조사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종사자들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다. 보태닉 인은 급여와 근무환경이 ‘훌륭한 일터’의 우선적 조건이라는 상식을 뒤집는다. 복지혜택이 뛰어난 여느 기업처럼 보태닉 인에도 의료비·보험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직원들이 이 회사를 특별히 여기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직무교육을 통한 직원 능력 개발과 다양한 승진 기회 △근무시간·기간을 선택할 수 있고 차별 없는 유연 근로제 △기업연금·보육바우처 등 선구적 복지 혜택 도입 등이다.
직원 교육은 4단계로 이뤄진다. △직무별 핵심기능 교육 △잠재력 개발 교육 △경영능력 개발 교육 △회계·채용 등 인사 관련 교육으로 나뉘고, 단계별 교육 정도에 따라 승진 기회가 제공된다. 보태닉 인 교육프로그램의 특징은 직원이 원하는 직무교육을 선택할 수 있고, 여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면 해당 분야 최고의 인력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6년 전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3단계까지 교육을 받고 현재 보태닉 인 지배인으로 일하는 폴 글렌은 “원하는 직무교육을 받고 나면 다양한 승진 기회가 있다”며 자신이 이전에는 경비원이었다고 말했다.
보태닉 인 본사의 인사 책임자 도미니크 맥거운은 “직원들은 더 많은 급여보다 자신의 경력·잠재력 개발을 훨씬 중시한다”며 “인간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게 직원 만족도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보태닉 인의 유연 근무제는 특별하다. 직원이 형편에 따라 일하고 싶은 시간과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22년째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스티븐 매기(48)의 경우가 보태닉 인의 유연 근무 형태를 잘 보여준다. 주중에 그는 병원 행정직으로 27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가 보태닉 인에서 일하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7시~새벽 2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다. 휴일에만 11시간을 근무한다. “왜 20년 넘게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는가”를 물었다. 매기는 “돈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과 동료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바텐더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생동감 넘치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년도 따로 없다. 12년째 보태닉 인에서 일해온 바 매니저 휴 머피(67)는 2년 전 은퇴를 했지만 다시 일하고 있다. 그가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은 일요일 오전 8시~오후 3시, 금요일 오후 등 총 16시간이다. 신분이 달라지고 근로시간이 바뀌었지만, 그의 시간당 임금은 2만1천원(10.5파운드)으로 퇴직 전이랑 같다.
하지만 65살을 넘기면 국가보험 기여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국민연금 납부자에서 수급자로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머피는 “보태닉 인은 바 업계에서는 최초로 기업연금 혜택을 도입했고, 파트타임·풀타임 모두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맥거운은 “우리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해진다고 믿는다”며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벨파스트/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플린처럼 직원 96명은 일터로서 보태닉 인이 매우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보태닉 인은 2004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일터’에서 유수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24위에 오른 뒤 여전히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50위 안의 회사로는 북아일랜드 유일의 기업이다. 지난해 <선데이 타임스>의 ‘일하기 좋은 직장 100곳’에도 선정됐다. 보태닉 인은 이 펍을 모태로 2개의 소규모 호텔과 10곳의 카페·바 등을 거느린 주식회사로, 600여명의 직원이 지난해 매출 400억원, 순이익 20억원을 올렸다. 평범하고 시끌벅적한 펍과 카페가 훨씬 깔끔하고 급여도 높은 유명 호텔이나 대형식당 체인을 따돌리고 ‘최고의 일터’로 선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 신문이 ‘최고의 일터’를 조사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종사자들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다. 보태닉 인은 급여와 근무환경이 ‘훌륭한 일터’의 우선적 조건이라는 상식을 뒤집는다. 복지혜택이 뛰어난 여느 기업처럼 보태닉 인에도 의료비·보험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직원들이 이 회사를 특별히 여기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직무교육을 통한 직원 능력 개발과 다양한 승진 기회 △근무시간·기간을 선택할 수 있고 차별 없는 유연 근로제 △기업연금·보육바우처 등 선구적 복지 혜택 도입 등이다.
![휴 머피(왼쪽)는 정년 이후에 실질임금이 늘어났고, 스티븐 매기는 22년째 주말에만 11시간을 일한다. 휴 머피(왼쪽)는 정년 이후에 실질임금이 늘어났고, 스티븐 매기는 22년째 주말에만 11시간을 일한다.](http://img.hani.co.kr/imgdb/resize/2008/0528/03042977_20080528.jpg)
휴 머피(왼쪽)는 정년 이후에 실질임금이 늘어났고, 스티븐 매기는 22년째 주말에만 11시간을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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