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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회의실 문도, 마음의 문도 ‘언제나 활짝’

등록 2008-06-03 18:40수정 2008-06-03 19:27

미국 엔지니어링회사인 엔지오는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회의실과 사무실의 문을 열어놓는 ‘오픈 도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엔지오 본사의 내부 모습.
미국 엔지니어링회사인 엔지오는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회의실과 사무실의 문을 열어놓는 ‘오픈 도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엔지오 본사의 내부 모습.
열린 소통·가족같은 분위기로 직원만족도 높여
주식가치 10년새 24배…“사업보다 사람먼저”
신바람 일터 만들기 /

⑤ 미국 엔지오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라몬에 있는 지질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 엔지오(Engeo) 본사에 들어서면 회의실 문을 열어둔 채 회의를 하고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경우 문을 닫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의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개인이 쓰는 방의 문도 열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복도를 지나가던 직원들은 회의실 내부에 있는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 회사가 중시하는 이른바 ‘오픈 도어 정책’을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엔지오의 인적자원부문(HR) 담당자인 발레리 데이비스는 “우리는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며 “문을 닫고 이야기하면 내가 알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나 괜히 내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 있고, 이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가 새너제이에 짓고 있는 건물 내부에는 아예 문이 없다. 이 회사 사장인 유리 엘리아후는 무엇보다 ‘열린 의사소통’을 강조한다.

1971년에 설립된 엔지오는 샌프란시스코만(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 <샌프란시스코 비즈니스타임스> 등 지역 신문과 잡지 등이 모여 선정하는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엔지오는 2006~200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일하기 좋은 직장 연구소’(Great Place to Work Institute)와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소규모(직원수 50~250명)기업’ 부문에서 2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직원 수가 200여명인 작은 회사지만, 탄탄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액은 공개돼 있지 않으나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 자료를 보면 엔지오의 주식 가치는 지난 10년간 2400% 이상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엔지오니스’(Engeoness)라고 불리는 특유의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와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원활한 의사소통 구조는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데이비스는 엔지오만의 특성에 대해 “개인의 특성을 중요시하고, 비즈니스를 생각하기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며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면 당연히 실적도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분 가운데 35%는 직원들이 소유하고 있어,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높다. 또 회사는 직원들과 회사 재정 정보를 공유한다.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주식소유제도를 도입한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자금으로 직원들의 돈 대신 차입금을 활용한다. 이후 회사가 경영 성과로 차입금을 갚아나간다. 의사결정에서도 직원들의 의견이 존중된다. 한달에 한번,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점심을 먹으며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는 비즈니스 전략(B.S) 미팅을 연다. 프로젝트 엔지니어인 브라이언 존슨은 “이 자리에서 회사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지오에는 20여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10여명이 넘을 정도로 장기 근속자가 많은 편이다. 회사를 그만둔 이들도 남아 있는 직원들과 꾸준히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로 20년째 근무 중인 그래픽 담당자 데이브 보드는 “여기 있는 직원들은 서로를 밟고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며 “또다른 가족 같다”고 말했다. 서로 도와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회사는 내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고자 개인적인 성공에 대해 상을 주는 것을 꺼린다. 대신 함께 즐겁게 어울리는 자리가 많다. 직원들과 가족 및 친구들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장기 자랑을 펼치는 행사도 한달에 한번 열린다. 이 외에도 회사에서 따로 모임을 개최하지는 않지만 취미가 같은 동료들끼리 방과후나 주말을 이용해 스포츠 등을 즐긴다.

지나치게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가 되레 공적인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는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바로 의사소통을 하고, 그 자리에서 감정을 해소하므로 더 유용한 측면이 있다”며 “규모가 커지면서 친밀한 기업 문화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사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산라몬/글·사진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활발한 정보교류’ 소속감도 나눠요

직원·고객간 정기모임…새사업 아이디어 봇물

엔지오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누니스’(Noonies)라는 모임이 열린다. 엔지니어가 대부분인 이 회사 직원들과 제휴사 직원, 고객 등이 함께 점심을 먹으며 기술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또 ‘프로젝트 매니저 트레이닝’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직원이나 연륜이 있는 직원들이 직접 나서 같은 부서나 다른 부서 직원들의 교육을 돕는 것이다. 이런 활발한 정보 교류는 직원들의 일에 대한 만족감과 소속감을 높여준다. 이 회사의 직원인 스티브 해리스는 “이런 제도들 덕분에 일에 빨리 익숙해졌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알게 됐다”며 “함께 일하는 이들은 단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니라 좋은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구글 등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문화와 제도를 발견할 수 있다.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만난 한 구글코리아 직원은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서로 팀이 다르면 쉽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편이고,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며 “이곳에서는 다른 팀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지, 또 프로그램 코드는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필요하면 메일을 통해 관련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비엠(IBM)은 혁신의 한 방법으로 정보를 나눈다. 이 회사는 2001년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에 퍼져 있는 직원들간의 토론이 가능하도록 한 행사인 ‘잼’(Jam)을 처음 시작했다. 그동안 주제나 직군별로 온라인 토론이 열린 바 있으며 2006년에 열린 ‘이노베이션 잼’에는 직원들뿐 아니라, 협력사, 고객 등 다양한 주체가 토론회에 참여했다. 당시 104개국에서 참여한 15만여명이 온라인을 통해 머리를 맞댔고, 아이비엠은 여기서 나온 의견을 모아 10개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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