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응답률 낮고 항의전화 많지만
각종 여론조사 중요성 높아져
하이라이트는 ‘선거 출구 조사’

조사전문회사인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김지연(39) 이사는 여론조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지금이야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많이 하고 있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앞다퉈 다루고 있지만, 김 이사가 입사한 1995년 당시만 해도 여론조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높지 않았다.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입사를 했는데 대학교수이신 아버지께서도 이해를 못하시고 계속 공부나 하라며 반대하시더군요. 당시만 해도 여론조사기관을 사람들 뒷조사 하는 흥신소와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지요.”

여론조사는 대부분 전화조사로 이루어진다.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같은 때엔, 신문사와 방송사의 요청으로 거의 매일 조사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는 대부분 낮 2시부터 시작해서 밤 10시정도까지 이루어지며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 저녁식사시간에는 하지 않습니다. 식사 도중 전화받으면 성실히 응답할 가능성이 떨어지니까요. 또 낮 시간에는 주부들만 집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직장 남성들의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이들이 퇴근 뒤 집에 있을 시간을 고려해 추가로 조사를 실시합니다.”

밤 늦게 조사가 끝난 뒤에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느라 밤샘 작업을 한다. 다음날 새벽 언론사에 따끈따끈한 여론의 향방을 전달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여러모로 사정이 나아졌다 하나 그래도 조사는 늘 어렵기만 하다며 숨은 고충을 털어놓는다.

“50~60대 여성의 응답 거절률이 가장 높습니다. 아무래도 자기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치 않은 세대인것 같아요. 또 9시 뉴스에 여론조사 결과가 방송되면 전화가 빗발칠 때도 많습니다. 특히 정치관련 조사의 경우 내 주변에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조사한 거냐며 항의를 해 오지요. 연세드신 분들의 전화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비해서는 응답률이 낮고, 아직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는 분들도 많지만 여론조사가 또다른 여론을 형성할만큼 중요해 졌습니다. 정확한 응답을 해 주셔야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모아질 수 있습니다.”

대선에서 여로조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선거당일 투표소에서 실시되는 출구조사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출구조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조사회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선거 한달 전부터 출구조사를 위한 연구진 TFT가 구성되고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전국에서 1천5백여명의 조사원이 투입돼 5만여명을 조사합니다. 조사가 투표시간에 맞춰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원들은 미리 부재자투표를 하지요. 방송사에서는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에 일제히 방송되길 원하고 있어 4시 30분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1차 집계를 합니다. 5시 30분께 방송사로 결과를 전송하면, 30분동안 그래픽 작업을 마치고 6시에 방송을 타게 되지요”

방송사와 조사회사 간에는 전용 통신선을 깔고 정전 등에 대비해 발전차량까지 대기시킨다고 한다. 조사 담당자들은 외부와의 전화도 통제된다. 중간집계 현황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고 모든 데이터가 방송사로 넘어간 뒤에는 고생한 연구진들이 모두 모여 텔레비전을 시청합니다. 결과를 보면서 감정에 북받혀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지요.”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withys@work.go.kr

■ 교용정보원 TIP 여론조사전문가는 조사전문회사에서 주로 종사한다. 조사전문회사의 주요 업무영역은 여론조사와 마케팅조사로 나뉘는데, 입사 뒤에 자기 전문분야를 정해 실무 노하우를 익히게 된다. 여론조사전문가의 주요 전공은 사회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통계학 등이며 대학원 이상의 학위소지자를 우대하여 채용한다. 전형방법은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채용된다. 여성들의 진출도 활발하며 여성 임원이 있는 업체도 많다. 여론조사는 단시일 안에 설문지 구성에서 조사, 데이터분석, 보고서 작성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센 편이며 집중력, 인내심, 성실함 등이 필요한 직업이다. 또한 조사의뢰자를 만나거나, 조사원 교육과 감독을 위해 외근을 할 때도 많다. 업무능력은 철저히 성과위주로 평가되고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어서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의 이직 및 전직률이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