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홍보 손글씨 쓰는 ‘POP디자이너’ 임의정씨
[최영순의 톡톡 튀는 직업인] 상품홍보 손글씨 쓰는 ‘POP디자이너’ 임의정씨
은행노조 대자보 쓰며 ‘첫발’
“시선 끌려면 자음 크게 쓰고
노란색이 가장 효과적이죠” 임의정(35)씨는 상품 홍보문구 등의 예쁜 손글씨를 쓰는 피오피(POP) 디자이너이다. 피오피 광고(Point of Purchase Advertising)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광고를 말한다. 소비자의 구매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구매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아주 높다고 한다. 피오피 전문업체인 앤피오피 대표를 맡고 있는 임씨는 우연한 계기로 이 일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한 선배의 부탁으로 노동조합 대자보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다음부터 행 내에서 홍보물을 손으로 쓸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저를 찾아와 부탁을 했어요. 저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재능을 발견한 셈이죠. 여러 번 작업을 하다 보니 길거리를 지나면서도 홍보물을 눈여겨보게 돼 솜씨도 늘게 되더군요.” 임씨가 은행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피오피 디자이너 길로 접어들었던 2001년. 그 때만 해도 홍보와 제품판매를 위해 피오피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려는 마인드가 부족했다. “대형마트에서도 그냥 종이에 가격만 쓰거나 단순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 백화점뿐만 아니라 음식점, 미용실, 약국 등 다양한 업종에서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쓰고 있다. 피오피 업체는 1년 중 5월이 가장 바쁘다고 한다. 가정의 달 행사를 비롯해 마트, 백화점 등의 특별세일과 선물코너 입점이 많아 며칠씩 밤을 새기도 한다. “일일이 손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급해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칼라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쓴 맛과는 비교가 되질 않지요. 처음에는 작업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경력이 쌓이면 작업속도도 빨라지고 용도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을 척척 해 낼 수 있을 정도의 감각도 생긴답니다.”
피오피 글씨는 도안 없이 포스터칼라를 칠한 붓으로 한 번에 써내려간다. 흔히 화려하게만 쓰면 될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법칙이 녹아들어 있다고 한다. 가격을 알리는 것이 목적인지, 제품홍보가 목적인지 등을 주문자와 협의한 후 바탕색과 글씨체를 결정하고 자음과 모음 비율, 자간 위치 조절 등을 하며 문구와 잘 어울리는 적절한 이미지를 삽입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대개 자음을 크게 쓴답니다.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점 메뉴판이나 홍보문구는 붉은색으로 쓰고, 병원에는 신뢰감을 주는 푸른색을 많이 사용합니다. 또한 여성이 주 고객인 업종에서는 핑크계열 색상을 많이 쓰는 편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란색이 시선을 모으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호등, 안전지대, 유치원버스 등 노란색으로 주의를 주는 것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지요.” 임씨는 자신의 피오피 디자인 덕택에 매출이 늘어 만족해하는 고객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2년 전 지하철 역 입구에서 김밥을 팔던 학생이 찾아와 피오피 제작을 부탁했어요. 처음엔 비용 때문에 망설이다 결국 제작을 해 갔죠. 최근에 말끔한 양복을 입고 저를 찾아와 피오피 덕분에 매출이 많이 올라 돈을 꽤 모았다고 해 저도 기뻤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withys@work.g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선 끌려면 자음 크게 쓰고
노란색이 가장 효과적이죠” 임의정(35)씨는 상품 홍보문구 등의 예쁜 손글씨를 쓰는 피오피(POP) 디자이너이다. 피오피 광고(Point of Purchase Advertising)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광고를 말한다. 소비자의 구매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구매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아주 높다고 한다. 피오피 전문업체인 앤피오피 대표를 맡고 있는 임씨는 우연한 계기로 이 일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한 선배의 부탁으로 노동조합 대자보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다음부터 행 내에서 홍보물을 손으로 쓸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저를 찾아와 부탁을 했어요. 저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재능을 발견한 셈이죠. 여러 번 작업을 하다 보니 길거리를 지나면서도 홍보물을 눈여겨보게 돼 솜씨도 늘게 되더군요.” 임씨가 은행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피오피 디자이너 길로 접어들었던 2001년. 그 때만 해도 홍보와 제품판매를 위해 피오피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려는 마인드가 부족했다. “대형마트에서도 그냥 종이에 가격만 쓰거나 단순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 백화점뿐만 아니라 음식점, 미용실, 약국 등 다양한 업종에서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쓰고 있다. 피오피 업체는 1년 중 5월이 가장 바쁘다고 한다. 가정의 달 행사를 비롯해 마트, 백화점 등의 특별세일과 선물코너 입점이 많아 며칠씩 밤을 새기도 한다. “일일이 손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급해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칼라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쓴 맛과는 비교가 되질 않지요. 처음에는 작업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경력이 쌓이면 작업속도도 빨라지고 용도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을 척척 해 낼 수 있을 정도의 감각도 생긴답니다.”
피오피 글씨는 도안 없이 포스터칼라를 칠한 붓으로 한 번에 써내려간다. 흔히 화려하게만 쓰면 될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법칙이 녹아들어 있다고 한다. 가격을 알리는 것이 목적인지, 제품홍보가 목적인지 등을 주문자와 협의한 후 바탕색과 글씨체를 결정하고 자음과 모음 비율, 자간 위치 조절 등을 하며 문구와 잘 어울리는 적절한 이미지를 삽입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대개 자음을 크게 쓴답니다.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점 메뉴판이나 홍보문구는 붉은색으로 쓰고, 병원에는 신뢰감을 주는 푸른색을 많이 사용합니다. 또한 여성이 주 고객인 업종에서는 핑크계열 색상을 많이 쓰는 편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란색이 시선을 모으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호등, 안전지대, 유치원버스 등 노란색으로 주의를 주는 것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지요.” 임씨는 자신의 피오피 디자인 덕택에 매출이 늘어 만족해하는 고객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2년 전 지하철 역 입구에서 김밥을 팔던 학생이 찾아와 피오피 제작을 부탁했어요. 처음엔 비용 때문에 망설이다 결국 제작을 해 갔죠. 최근에 말끔한 양복을 입고 저를 찾아와 피오피 덕분에 매출이 많이 올라 돈을 꽤 모았다고 해 저도 기뻤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withys@work.g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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