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계, 이공계 취업상황 비교
지난 3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인문계 졸업생, 이공계와 평균연봉 900여만원 차이’ 기사는 한달간의 취재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그간 인문사회계열 졸업생들의 열악한 상황을 들여다본 기사나 관련 연구가 거의 없던 터라, <인터넷한겨레>와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이번 기사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그 중 해당기사에 일종의 ‘반론’을 제기한 분들에게는 반드시 대답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 지적 대부분 일리있는 말씀
기사 목적은 인문사회계의 열악한 취업현실 보이고자” 독자들의 문제제기는 대부분 일리 있는 말씀들입니다. 다만 기사의 취지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열악한 취업 현실을 드러내는 데 있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ㄱ대학 사회학과와 ㄴ대학 전기공학과 출신 각각 40명씩만을 조사한 것은 이번 기사의 목적이 생생한 취업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대안을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물리적 한계도 있었지만요. 구체적으로 문제제기성 댓글들의 내용을 보면 우선 표본집단 선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문과계열이 이과계열보다 학생수가 많으므로, 문과 상위 15%와 이과 상위 15%는 같은 백분위지만 실력차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학과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전기공학과는 원래 취업이 잘되는 학과이고, 사회학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과가 공부를 잘하느냐, 이과가 공부를 잘하느냐는 물음은 비교할 수 없는 대상들을 비교하려는 헛된 시도입니다. 축구선수와 배구선수 중 누가 더 운동을 잘하느냐는 질문과 같지요. 중요한 것은 문과 계열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직업군이 예전보다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자리 숫자 자체보다는 문과생들에게 대기업, 공기업, 금융권 등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기사에 적힌 바와 같이 정보화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일반행정 사무직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일은 컴퓨터로 처리하니, 일반행정 사무직 일자리는 단순보조 업무 아니면 고도로 전문화된 업무로 양분되는 상황이 닥친 셈이죠. 양자 중 어느쪽이 되었든 간에 적은 인력만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또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금융권 등 문과쪽 ‘괜찮은 일자리’의 상당부분이 아웃소싱으로 바뀌거나 비정규직화 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문과쪽 ‘괜찮은 일자리’ 갈수록 줄어 “비정규직화”…낮아진 취업의 질에 근본대책 없어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치열한 일자리 차지 경쟁으로 취업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실업 문제 역시 개선되기 어렵겠지요. 뻔히 예견되는 사실임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아직 제기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문제를 사회적 화두로 제시해보았습니다. 기사에 나타난 취업현실은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단순히 ㄴ대 전기공학과 학생들이 대학 입학 당시 ㄱ대 사회학과 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잘해서 취업이 잘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전기공학과와 비교하려면 경영이나 경제학과를 택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사 경상계열을 조사 대상으로 택했다 해도 똑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경상계열이 모든 문과를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취업 현실에 대한 이번 기사의 문제제기가 자칫 순수기초학문에 대한 기피현상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보다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교육은 탄탄한 기초학문의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기초학문에서 길러지는 사고력과 기본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 측면 뿐만 아니라 교육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학벌문화와 사농공상을 따지는 구태의연한 인식 역시 변해야겠지요.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문과도 이과도 모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 분야입니다. ‘문과가 낫다’거나 ‘아니다 이과가 낫다’ 식의 소모적인 말싸움 보다는 생산적인 논의가 오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겨레> 김현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기사 목적은 인문사회계의 열악한 취업현실 보이고자” 독자들의 문제제기는 대부분 일리 있는 말씀들입니다. 다만 기사의 취지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열악한 취업 현실을 드러내는 데 있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ㄱ대학 사회학과와 ㄴ대학 전기공학과 출신 각각 40명씩만을 조사한 것은 이번 기사의 목적이 생생한 취업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대안을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물리적 한계도 있었지만요. 구체적으로 문제제기성 댓글들의 내용을 보면 우선 표본집단 선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문과계열이 이과계열보다 학생수가 많으므로, 문과 상위 15%와 이과 상위 15%는 같은 백분위지만 실력차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학과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전기공학과는 원래 취업이 잘되는 학과이고, 사회학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과가 공부를 잘하느냐, 이과가 공부를 잘하느냐는 물음은 비교할 수 없는 대상들을 비교하려는 헛된 시도입니다. 축구선수와 배구선수 중 누가 더 운동을 잘하느냐는 질문과 같지요. 중요한 것은 문과 계열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직업군이 예전보다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자리 숫자 자체보다는 문과생들에게 대기업, 공기업, 금융권 등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기사에 적힌 바와 같이 정보화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일반행정 사무직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일은 컴퓨터로 처리하니, 일반행정 사무직 일자리는 단순보조 업무 아니면 고도로 전문화된 업무로 양분되는 상황이 닥친 셈이죠. 양자 중 어느쪽이 되었든 간에 적은 인력만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또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금융권 등 문과쪽 ‘괜찮은 일자리’의 상당부분이 아웃소싱으로 바뀌거나 비정규직화 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문과쪽 ‘괜찮은 일자리’ 갈수록 줄어 “비정규직화”…낮아진 취업의 질에 근본대책 없어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치열한 일자리 차지 경쟁으로 취업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실업 문제 역시 개선되기 어렵겠지요. 뻔히 예견되는 사실임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아직 제기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문제를 사회적 화두로 제시해보았습니다. 기사에 나타난 취업현실은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단순히 ㄴ대 전기공학과 학생들이 대학 입학 당시 ㄱ대 사회학과 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잘해서 취업이 잘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전기공학과와 비교하려면 경영이나 경제학과를 택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사 경상계열을 조사 대상으로 택했다 해도 똑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경상계열이 모든 문과를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취업 현실에 대한 이번 기사의 문제제기가 자칫 순수기초학문에 대한 기피현상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보다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교육은 탄탄한 기초학문의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기초학문에서 길러지는 사고력과 기본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 측면 뿐만 아니라 교육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학벌문화와 사농공상을 따지는 구태의연한 인식 역시 변해야겠지요.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문과도 이과도 모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 분야입니다. ‘문과가 낫다’거나 ‘아니다 이과가 낫다’ 식의 소모적인 말싸움 보다는 생산적인 논의가 오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겨레> 김현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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