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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턴21] “괴물급 기사 찾아라” 21명 좌충우돌

등록 2006-09-04 10:53수정 2006-09-04 11:28

[인턴21] 영화 같았던 취재기
[인턴21] 영화 같았던 취재기
영화 같았던 취재기
‘한겨레 인턴기자 2기 영화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때론 로맨틱하게, 때론 스릴 있게, 또 드라마틱하게. 한겨레 인턴기자 21명은 세상을 무대로 여러 편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각본도 조명도 없는 무대에서 주연·조연·감독을 모두 소화해낸 인턴기자들이 만들어낸 휴먼다큐,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한겨레>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송경화 인턴기자 freehwa@naver.com

[휴먼다큐] 청각장애 학생 울부짖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김규남·김도원·성화선·송경화·오주원·이용주 인턴. 7월 중순부터 2주 동안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 성인오락실에 말 그대로 ‘살았다.’ 드나든 성인오락실만 서울·성남·인천·부산 등 70여 곳이 넘는다.

오락실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관찰하고, 적발했을 때는 경찰에 신고해 그 과정을 살피는 취재를 맡았다. 오락실 자체가 위험한 곳은 아니지만, 취재 내용이 업주들에게 밝혀질 경우 곤란한 상황이 펼쳐질 것은 당연한 일. 몇 번의 돌발 상황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이들은 “아빠 찾으러 들렀다”, “퇴근길에 한 번 와봤다” 따위의 어설픈 연기로 위기를 모면했다. 다들 웃고는 있었지만,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부산 앞바다 24시는 우리가 지킨다!” 올 여름 부산에서는, 해운대에 오주원, 광안리에는 성화선 인턴이 2달간 상주했다. 이들은 특히 ‘밤’에 일이 많이 나는 해수욕장의 특성 덕에 24시간 취재도 강행했다. 성 인턴은 원동기를 타고 1.4km 해변을 돌고, 꾀죄죄한 몰골로 망루에 올라서 동이 트는 광안리를 바라보며 떠나간 ‘남친’보다는 기획기사 아이템을 먼저 떠올렸다. 또 오 인턴은 24시간 해운대를 돌며 ‘해운대 피서객 화장실 가려다 열 받는다’ 등의 기사를 작성했고, 이 보도가 나간 뒤 해운대에는 화장실이 증설됐다. 이제 둘은 만날 장소를 정할 때 이렇게 얘기한다. “야, 3번 망루에서 보자!”

전남 광주인화학교 교직원들이 10여년 동안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성폭행을 자행한 과정을 취재한 이지원 인턴. 피해자들이 청각장애 학생이기에 인터뷰를 ‘글’로 주고받았다. 조사가 종결되고,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전 행정실장의 항소심이 있던 날, 재판장은 판결문을 읽었다. “학생들에게 상처 준 점은 인정되지만 (중략) 1년 전 위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아…” 결국 그는 10여년 동안 수십명의 학생들을 성폭행한 죄 값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순간 수화로 판결을 듣던 청각장애인이 벌떡 일어나, 수화와 함께 힘껏 ‘으어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는 끌려 나갔다. 법정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였다. 이 인턴은 그를 보면서, 눈물을 참으며 생각했다. “세상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참 많구나.”


[로맨스] 미모의 선배기자에 ‘뿅’ 인턴되길 정말 잘했어!

한겨레 인턴 후기는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국가인권위원회 브리핑룸에 있던 이용주 인턴, 문을 열고 들어오는 ㅁ방송사의 이아무개 기자를 본 순간 ‘한겨레 인턴한 건 정말 잘 한거야’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는 지하 매점에 가서 돼지바·바밤바·녹차바를 사왔다. “그녀가 돼지바를 선택한다면 인연이 있는 것이다”고 ‘억측’하며 이 기자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넨 순간, 이 기자는 그만 돼지바를 집어버리는 일생일대 최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이 인턴은 인턴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인권위를 맴돌 것 같다.

<한겨레21>에서 교육을 받은 이민경·이혜민 인턴도 아직 핑크빛 꿈에 빠져 있다. 이라크 파병이 자이툰 부대원들에게 남긴 것을 취재하게 된 둘은 장병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날카로운 인터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허나 장병들을 본 순간, 쫙 벌어진 어깨, 늠름한 기상, 거기에 파병 병사였다는 사실이 뿜어내는 듬직함까지… 터프한 인터뷰를 다짐했던 이혜민 인턴의 첫 마디,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연하의 고등학생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비명을 지른 인턴도 있다. 대구의 이은지 인턴은 학생들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200대의 체벌을 가한 대구 ㅇ고등학교에 잠입해 학생들의 실제 얘기를 듣게 됐다. 남자 고등학교였기에, 이 인턴이 복도를 걷는 순간, 이 인턴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수백 명에 달하는 꽃미남 고딩들의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는 것. 어쨌든 이 인턴은 ‘설렘’ 속에서 학생들의 솔직한 얘기들을 들었다. 이 인턴은 오늘도 노래한다. “콜 미 키스 미 누나누나의…”


[코미디] “경찰 숫자 얼마죠?” “아 그게 엄청…무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취재하게 된 김도원 인턴. 나름 열심히 취재한 뒤, 당당히 선배 기자에게 전화했다. 선배의 질문 : “경찰 병력이 얼마나 돼요?” 김 인턴의 답 : “예? 그게… ‘엄청’ 많아요.” 한 동안 침묵이 흐르고, 선배는 ‘정확히 확인하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같은 취재를 했던 이용주 인턴도 똑같은 ‘짓’을 했다. 선배 왈 : “경찰이 얼마나 있죠?” 이 인턴 답 : “무지 많습니다.” 현장에 인턴을 둘이나 풀어놨는데, 경찰이 ‘엄청’과 ‘무지’ 많다를 보고로 들은 선배의 심정은 어땠을까.

인턴들의 개그 행진은 동대문구 창신동에서도 계속됐다. 창신동 봉제공장 지대를 돌아다니며 지도에 번지마다 공장 종류를 표시해 ‘창신여지도’를 만들었던 김규남·김진화·송경화·장유영 인턴. 뙤약볕 아래 취재하던 인턴들, 딱 10분만 그늘 아래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들은 시멘트 바닥이 유난히도 시원해 보였던 건물에 들어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한 건물의 시멘트 바닥에 드러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꿈 속에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나타나 생생하게 지도 그리는 요령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그러나 잠에서 깨어난 장유영 인턴. 웅얼웅얼 왈, “야, 나 윕 들아가써(입 돌아갔어).”

두달간 말 그대로 ‘발바닥에 땀이 나게’ 취재했던 인턴들에게 직업병, 아니 ‘한겨레 인턴병’이 생겼다. 그건 다름 아닌 ‘무좀’이다. 특히 증세가 심각한 인턴은 윤종규 그리고 송경화 인턴. 이들은 한겨레 사옥 앞에서 시위를 준비 중이다. “한겨레는 인턴들에게 무좀약을 지원하라! 한겨레는 인턴들에게 발가락 양말을 무상 공급하라!”

<한겨레 인턴 21>은 한겨레 제2기 인턴기자들이 만든 섹션입니다.

한겨레 2기 인턴기자들.
한겨레 2기 인턴기자들.

21명의 인턴기자들이 여름방학 두달 동안 한겨레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냥 앉아서 받는 편한 교육이 아닙니다. 한겨레 기자들과 함께 취재 현장을 뛰고 기사를 쓰면서 받은 체험교육입니다. 그리고 이 교육을 바탕으로 인턴 섹션을 만들었습니다. 기획·취재·기사작성·사진·편집·디자인 모든 작업을 스스로 했습니다.

주제는 ‘80년대의 대학 vs 2000년대의 대학’으로 잡았습니다. 20년의 세월은 대학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소중한 것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한겨레 인턴 21>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겨레 2기 인턴기자 =강은지(서울대 언론정보4) 김규남(성균관대 경제학 졸업) 김도원(서울대 외교3) 김민경(서울대 언론정보4) 김진화(서울대 사회교육4) 김현진(이화여대 정치외교4) 박향미(상명대 시각디자인 졸업) 선지혜(외국어대 스페인과3) 성낙희(한남대 행정학3) 성화선(서강대 신문방송3) 송경화(서울대 지리4) 장유영(서울대 지리교육4) 오수재(성균관대 경영3) 오주원(경성대 신문방송4) 윤종규(중앙대 사진학과4) 이명국(청주대 신문방송2) 이상호(외국어대 법학과2) 이용주(서울대 정치4) 이은지(경북대 신문방송 졸업) 이지원(전남대 정치외교4) 이혜민(이화여대 정치외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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