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들 대책 논의…미국 행정부에 긴급자금 촉구
일본선 금리 고정…‘불안감 억제’ 국제 협조체제 요구
일본선 금리 고정…‘불안감 억제’ 국제 협조체제 요구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며,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과 2위 경제대국인 일본 등의 정책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태의 근원지인 미국에서는 마틴 루서 킹 기념일로 휴일인 21일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리들이 출근해 다른 나라 관리들과 연락하며 상황을 점검했다.
주요 증시지수가 21일 짧게는 2001년 9·11사태 이후, 길게는 25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한 유럽은 미국 경제와의 연관도가 높다는 점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유로화를 쓰는 15개국의 모임인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해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인 슬로베니아의 안드레이 바주크 재무장관은 “우리는 사태 전개를 매일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며 “모두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황이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재무장관들은 은행권의 불량대출정보 신속 공개와 유동성 위험 관리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도 22일 브뤼셀에서 만나 긴급대책을 논의했다. 유럽 재무장관들은 미국 행정부가 일단 수십억달러의 긴급자금을 풀어 시장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은행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유럽 제일의 경제대국인 독일 은행들의 부실이 불어나고 있는 게 가장 두드러진 불안 요인이다. 독일 베스트엘베의 지난해 손실 규모는 애초 예측치의 2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새로 나와 20억유로(약 2조7500억원)의 자본금을 수혈받기로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해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더욱 큰 상각이 예상된다고 밝힌 코메르츠방크의 주가는 이날 10%나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중앙은행 쪽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인 2.2%에 크게 못미치는 1.5~1.8%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고정시켜 온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발 위기에 대한 국제 협조체제 구축을 요구했다. 일본 경제가 미국을 따라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등 간판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위기감이 확산되자 기준금리(0.5%)를 동결하는 조처를 취했다. 일본은행은 또 3월에 끝나는 2007회계연도의 성장률 전망치를 현재의 1.8%에서 낮춰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일본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현재의 초저금리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산업상은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협조하여 불안감을 억제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미 조지 부시 대통령이 14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미국에서는 위기의식이 심화됨에 따라 부양책이 조기집행 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연준이 30일 시장의 대체적 예상치(0.5%포인트)를 넘어서는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브라질 증시가 7% 이상 폭락한 21일(현지시각) 주식 거래인들이 상품선물거래소에서 폭주하는 ‘팔자’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상파울루/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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