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정책·주식공급과잉·서브프라임…증시 연일 폭락
투자자 공황상태…경제지 “강세장 종말 관측 힘얻어”
투자자 공황상태…경제지 “강세장 종말 관측 힘얻어”
미국과 유럽 증시를 초토화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폭풍이 중국에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은 22일에도 대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펀드 열풍이 불었던 한국의 투자자들도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세계 증시가 폭락한 21일 중국 주식시장에선 이날의 낙폭 5.14%를 중국어로 빗댄 ‘블랙 유머’가 번졌다. 5.14를 중국어로 읽으면 ‘나 죽겠다’는 뜻의 ‘워야오쓰’(我要死)가 된다. 중국 <경제일보>는 이날이 24절기 가운데 ‘대한’(大寒)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주식 투자자들의 상황을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증시는 이날 삼각파도를 맞았다. 통화당국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증시로 들어가는 자금줄이 마른 상태에서 중국 2대 보험사인 핑안보험이 220억달러 규모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현실화면서 둑을 무너뜨렸다.
중국 금융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폭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대형 은행에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계된 채권의 충당금 적립률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손실에 대비해 충분한 돈을 쌓아두라는 얘기다. 중국은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 채권은 전체 보유증권의 3%인 79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공상은행과 건설은행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을 각각 12억3천만달러, 10억6천만달러나 안고 있다.
이 은행들이 이를 모두 손실로 처리하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63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나, 4분기에는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행이 보유한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의 4분의 1 가량을 상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투자자들의 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제 중국에서도 강세장이 끝나고 약세장이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둥관증권 수석분석가인 리다샤오는 “중국 증시가 2005년 이후 500%나 상승하는 강세장을 만끽했다”며 “이제 세계 경제의 침체와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약세장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일보>도 “중국 증시가 지난 15일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며 “강세장의 종말을 점치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기준으로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들의 총규모는 18조75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초 중국 펀드 투자액 3조3000억원의 5.6배다. 이번 상하이 증시 폭락으로 지난달 초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 펀드 환매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요즘과 같은 급락시기에 섣불리 중국 펀드를 환매해 현금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양선아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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