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지지선 붕괴 ‘발빼기’ 고민
전문가들 ‘섣불리 환매 말라’ 조언
전문가들 ‘섣불리 환매 말라’ 조언
“손해 보더라도 차라리 팔 걸 그랬다.”
직장인 박은경(32살)씨는 요즘 후회막급이다. 박씨는 지난 9월에 정기예금에 있던 1000만원을 모두 펀드로 옮겼다. 예금에만 돈을 묻어두면 손해인 것 같아 펀드로 같아탄 것이다. 박씨는 “연말에 시장이 안 좋긴 했지만, 이러다가 다시 오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며 “지수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데다 앞으로 전망도 좋지 않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코스피 지수가 1600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펀드투자자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지수가 수직 하강하면서 대부분 펀드의 손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직 펀드의 대량 환매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당장 발을 빼기에는 지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락한 탓이다.
시중 대형은행의 펀드 창구에 근무하는 이아무개 대리는 “아침부터 고객들의 문의 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며 “대부분 고객들이 시장 상황을 불안해 하기는 하지만, 지금 빼면 손실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환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희 신한은행 서초 피비(PB)센터 팀장은 “최근 일주일간 주가가 갑자기 빠지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환매 타이밍을 놓쳤다”며 “지금 당장 환매를 하겠다고 나서는 고객들보다는 지금 시장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당장 대량 환매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시장의 전망이 비관적으로 나오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환매를 시작하는 모습도 보인다. 펀드 전문가들은 대량 환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으나, 지수가 추가 하락한다면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될 우려는 커진다고 진단한다.
김재욱 명동피비센터 팀장은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지난 주말부터 환매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데, 한꺼번에 파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보면서 펀드를 몇 차례에 나눠서 환매하는 투자자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700선이 무너졌지만 아직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세는 견조하기 때문에 현 시장 상황이 대량 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상반기 조정 장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 데다 투자심리는 점차 악화되고 있어 과거처럼 대규모 저가 매수를 통한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주가지수 추가 하락은 펀드로의 자금유입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공황 상태에서 섣불리 펀드 환매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한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과매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며 “국내 주가가 많이 싸졌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므로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환매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윤은숙 양선아 기자 sugi@hani.co.kr
윤은숙 양선아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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