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74.54포인트(4.43%) 떨어져 1609.02로 마감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미국발 동반침체 현실화하나
미, 1분기 침체국면 진입…‘비관론’ 크게 늘어
중국등 신흥시장 성장 ‘비동조화’ 본격 시험대
미, 1분기 침체국면 진입…‘비관론’ 크게 늘어
중국등 신흥시장 성장 ‘비동조화’ 본격 시험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 미국 경제 침체 → 세계 경제 동반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미국 중심이던 세계 경제가 다변화했기 때문에 미국이 가라앉아도 세계 경제는 괜찮을 것’이라는 ‘비동조화(디커플링)론’은 적어도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선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 실물경제의 동반둔화 여부가 각종 지표로 확인되는 시점은 올해 5~6월쯤이다. 이때까지는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은 논쟁 끝=지난해 말까지 서브프라임 사태를 둘러싼 논쟁 구도는 ‘과연 미국이 일시적 경기 둔화에 그치느냐, 아니면 중장기 경기침체기에 접어드느냐’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침체’ 쪽으로 중심추가 기울어지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1분기부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선행지수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지 3~4개월이 됐고 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마이너스 20 이하로 떨어졌는데, 이는 전형적인 경기침체기의 전조”라고 말했다. 반면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이달 들어 나온 12월 지표들이 안 좋아서 비관적인 견해가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며 “최소 한달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신중론은 현재 소수파인 상황이다.
■ 세계 경제 내리막=이제 경제 전문가들의 논쟁 구도는 ‘미국의 침체가 세계 경제 동반침체를 부를 것이냐, 부정적 영향 정도에 그칠 것이냐’로 바뀌었다. 지난 2001년 아이티(IT) 거품 붕괴와 9·11 테러 등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전세계 경제도 휘청거렸다. 당시 미국 경제성장률은 0.8%, 전세계 성장률은 2.5%에 그쳤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이 미국-유럽-신흥시장으로 다변화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번 사태는 이런 ‘비동조화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소비는 중국의 12배에 이른다”며 “중국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침체를 커버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화탁 연구원은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8년 전에 비해 낮아졌고, 중국 등 새로운 성장동력도 생겨났다”며 “이번에도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2001년처럼 동반침체 국면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어느 입장에 서든 현재 세계 경제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센터장은 “세계 경제 ‘둔화’냐 ‘침체’냐 하는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며 “세계 경제가 거꾸로 간다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이후 세계 경제는 2007년까지 호황을 누려왔다.
■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 국면=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 터져나온 지난해 8월 이후 미국 경제의 심각성이 지표로 확인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 침체의 세계 경제 영향이 실물지표로 확인되는 데도 역시 5~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금융시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동반침체가 확인되면 주가의 반등시점은 미뤄질 것이고 세계 경제는 괜찮다고 확인되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가 상반기에는 반등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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