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렌트(지대) 배분체계 개선
소수 대기업 아닌 ‘산업 생태계 공유하는 인프라’ 지원 전환
“이윤 위해 기술독점 추구하는 기업 생리와 조화시켜야” 지적
소수 대기업 아닌 ‘산업 생태계 공유하는 인프라’ 지원 전환
“이윤 위해 기술독점 추구하는 기업 생리와 조화시켜야” 지적
그동안 국가 재정지출 수혜를 받아 특정 기업·산업이 누려온 이른바 ‘지대’(렌트)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에서 ‘렌트 배분체계’를 대폭 바꿔, 내년 국가 돈을 ‘소득주도성장’ 목표 실현을 위해 쓰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발표한 ‘2018년 예산안’에서 “기업간 협력 네트워크 및 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을 통해 (재정지출의) 보상체계 혁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중소기업간 공동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올해 36개에서 내년에 56개로 늘리기로 했다. 특정 한 두개 중소기업이 아니라 ‘협력하는’ 다수 기업이 수혜를 공동으로 누릴 수 있는 기술에 집중 지원해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산업·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 예산안에서도 확인된다.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철강과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에 대한 지원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산업·기업이 다같이 당면해 있는 신산업 핵심기반기술·사업이 대부분이다. △인공지능바이오로봇 의료융합기술개발(신규 28억원) △지식서비스산업 핵심기술개발(올해 340억원→내년 422억원) △자율주행자동차 핵심기술개발(89억원→181억원) △신발지능형공장(신규 10억원) △스마트공장제조 핵심기술개발(신규 40억원) 등이 대표적으로, 기업·산업 생태계에서 다같이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 성격을 가진 사업들이다.
기존의 재정지원 체계에서는 막대한 국민세금을 활용해 해당 기술을 확보하게 된 특정 기업이 이 기술을 독점적·배타적으로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더 높이곤 했다. 이런 재정지출은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에 대해 사회가 재정으로 ‘보상’해주는 성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가자원 투입이 특정 소수 대기업에 일종의 ‘렌트’를 제공해준 셈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산업부문 재정투입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전체 사회경제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과 특정 산업·기업 등 영역을 선별해 집중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철도·도로 같은 인프라 확충은 물류비용 절감으로 전체 기업의 생산활동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지만, 자동차 수요 확대를 가져와 국가가 자동차회사의 판매를 도와주는 기능도 한다.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도 사실은 몇몇 대기업에 재정 자원을 동원해 몰아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점에서 렌트 배분 혁신은 단순히 재정운용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렌트 배분에서의 과감한 혁신은 산업화 과정에서 특정 기업·분야에 대한 차별적 재정지출과 그에 따른 ‘렌트 수혜’를 둘러싸고 산업부문·계층 사이에 사회경제적 갈등이 초래됐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쓸 곳에 돈을 쓰겠다는 게 우선”이라며 “이제까지 정부가 재원을 배분하는 모습은 일종의 렌트 배분이었다. 앞으로는 생태계나 인프라를 까는 데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상생협력’ 항목에 조세지출(세금감면)을 해주는 재정지출 방식으로 기업 행동을 교정하려는 건 좋다”며 “다만, 모든 영리추구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한 기술 독점을 지향하는 유인구조를 갖기 마련이다. ‘공유’ 생태계·인프라를 지향하는 재정지출 방식이 기업의 이런 시장논리와 조화되도록 묘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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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LG화학 대전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백신 연구개발(R&D)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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