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오후 현안을 논의하며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첫 회동을 가졌다. 문재인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을 이끌 양대 수장인 두 사람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 위험관리 등의 과제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지만 경기 인식에 있어서는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오찬을 겸해 이뤄진 회동은 김 부총리 쪽 요청으로 마련됐다. 두 사람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김동연 부총리)과 한은 부총재보(이주열 총재)로 각각 일하며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김 부총리는 인삿말을 통해 “한은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많이 듣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왔다. 부총리 취임 후 인사차 만남을 요청드렸다”며 몸을 낮췄다.
이날 만남에선 이 총재가 김 부총리에게 적극적으로 정책 조언을 하는 모양새였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청년실업, 노동시장 이중 구조 등 구조적 문제가 쌓여있다. 이런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김 부총리가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펴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수요 진작에 집중된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 정책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문을 던진 셈이다.
경기 인식에선 두 사람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전날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 총재는 “나라 안팎 여건을 살펴보면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라며 경기 개선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견줘 김 부총리는 “전날(12일) 취임식도 못한 채 추경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 갔다. 일자리 추경을 빨리 처리하기 위한 당부 말씀을 (국회에) 드렸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김 부총리가 추경 필요성으로 ‘대량 실업 우려’를 강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 총재의 경기 인식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기재부 쪽은 한은과의 경기 인식에 온도차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추경 편성 등은 경기 부양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시 대책 차원”이라며 “(개선세가 커지고 있다는) 한은의 경기 인식에 정부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첫 머리만 언론에 공개된 뒤, 배석자 없이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한은 총재와 부총리의 독대는 2013년 6월 이후 4년 만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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