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외화출납계 직원이 3일 오후 서울 을지로 본점 외환창구에서 미국 달러화를 세고 있다. AP 연합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확인된 외환 당국의 의지는 ‘원-달러 환율 1600원선 사수’였다. 정부는 이날 개장 초부터 달러를 풀었다. 원-달러 환율이 자칫 1600원선을 돌파할 수도 있을 듯한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였다.
정부가 이날 달러화 매도 개입에 적극 나선 것은 것은, 환율 1600원대 진입을 방치할 경우,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급격히 확산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지속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을 의연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에 신호를 보냈다. 외환딜러들은 이 발언에 당국의 강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당국의 개입 물량은 2일과 비슷한 수준인 7억달러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효과는 꽤 컸다. 당국의 개입이 먹혀들기에 아주 좋은 시장 여건이었기 때문이다. 나스닥 선물지수는 아침부터 반등세를 이어갔고,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11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는 약했다. 세계 금융불안으로 강세를 보이던 달러가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유로와 영국의 파운드, 일본 엔에 견줘 약세를 보인 것도 당국의 개입 효과를 키웠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달러당 1600원선은 방어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역외에서 달러 매도세가 나온 것은 씨티그룹 국유화나 에이아이지(AIG) 구제금융이라는 재료가 이미 시장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동안은 당국의 방어가 통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한숨을 돌린 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동유럽권 외환위기, 미국 상업은행의 국유화, 세계경기 위축 등으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위축된데서 비롯된 것이어서 국내 당국의 개입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1600선을 지키려고 환율을 무리하게 짓누르면 환율 상승 압력만 높이면서 투기세력을 불러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1600원 절대 사수보다는 속도조절을 하면서 정부가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회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자고 외환 보유액을 마냥 까먹기는 어렵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300억달러 가운데는 163.5억달러를 이미 썼다. 일본과의 통화교환 계약에 따라 200억달러를 쓸 수 있지만, 이 자금까지 끌어쓰는 것은 시장심리를 오히려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유럽 중앙은행(ECB)과 통화교환 거래를 열거나, 미국과 통화교환 규모를 확대해 방어막을 확충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4월2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아직은 낮다. 환율의 추가 급상승 조짐 때 방어적인 개입을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는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3월 3일 원-달러환율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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