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판매 대리점에서 2일 자동차들이 눈을 맞은 채 세워져 있다. 이날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 동부 지역에 큰 눈이 내렸다. 알링턴/AP 연합
달러·미 국채가격 끝모를 상승세
‘재정적자로 인한 폭락’ 전망 무색
‘재정적자로 인한 폭락’ 전망 무색
달러 가치가 치솟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증해 달러 가치가 추락할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을 무색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치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도 ‘믿을 건 달러밖에 없다’는 생각이 투자자들을 달러 사재기로 이끌고 있다.
달러 가치의 가늠자인 달러지수 선물은 3일(현지시각) 장중 한때 89.026을 기록했다. 2006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은 “에이아이지(AIG)의 기록적 손실 등 우울한 금융 소식들로 글로벌 신용위기를 둘러싼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안전지대로 달러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사들이는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다른 나라의 통화로 표시된 자산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달러 값어치가 상승 행진을 벌이는 중이다.
약 6년 동안 계속된 약달러 추세는 지난해 7월 반전을 시작했다. 이후 달러 가치는 지금까지 15.6%나 상승했다. 이는 ‘약달러 시대’의 종언과 ‘강달러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달러지수는 2002년 1월 120.59까지 상승한 바 있다.
덩달아 미국 국채가격도 뛰고 있다. 2일 미국 재무부의 10년 만기 채권금리는 이전 거래일에 비해 10bp(1bp는 0.01%) 떨어진 2.92%를 기록했다. 금리하락은 채권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블룸버그 뉴스>는 “투자자들이 ‘피난처’를 찾으면서 미 재무부 채권 가격이 2주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증시·부동산·원자재 등 주요 투자대상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국채에 몰리고 있다.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올 재정적자가 1조7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것이란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경제의 모든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미국이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보다 더 낫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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