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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윈 윈’? ‘공룡기업의 조폭식 마케팅’?

등록 2006-06-26 13:26수정 2006-06-26 18:21

서울 용산전자상가 전자랜드의 이동통신 전문매장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 용산전자상가 전자랜드의 이동통신 전문매장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가맹점엔 분담금 더 내라, 고객에겐 포인트 공제” 멤버십은 ‘봉’
가입자에게 다양한 할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동통신회사들의 ‘회원우대 서비스’인가? 회원들이 통신료를 통해 적립한 포인트를 내세워, 절대강자 통신회사가 약자인 가맹점들에 분담금을 강요하는 ‘조폭식 마케팅’인가?

이동통신 회사들의 ‘멤버십 할인 서비스’에 대한 가맹점과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멤버십 서비스’에 대한 불만의 본질은 이통통신 회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서비스 초기에 이용자 확보를 내세워 큰 폭의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애초의 ‘멤버십 서비스’를 축소시키고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시키는 데서 비롯했다.

이통사 가입자 확보를 위해, 과감한 할인 혜택을 내세운 이통사들이 초기 목적을 달성한 이후 가입자들에게 주어지던 애초의 할인 서비스를 축소하는가 하면 가맹점에는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할인내역에 대한 ‘분담금’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

‘가입자 확보’란 목적 달성 이후 이통사들은 초기의 ‘파격적 혜택의 멤버십 서비스’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멤버십 이용한도를 만들고, 이용금액만큼 차감하고, 사용하지 않는 포인트는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도록 했다. 이런 서비스 축소에 대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통신요금에 비례해서 멤버십 사용포인트를 제공한다는 이통사의 방침에 묻혀 그다지 주목되지 않았다.

문제 제기는 가맹점 쪽에서 터져나왔다. 이동통신 회사의 가입자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와준다는 이동통신 회사의 ‘제휴마케팅’에 솔깃했지만, 처음 계약 조건에 비해서 이통사들의 분담금 요구는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졌다. 이통사와의 제휴마케팅을 빼고는 독립적 영업이 어려워질 정도로 이통사 멤버십 할인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이통사 요구는 더욱 노골적이 되었다.

‘윈윈 마케팅’이라던 멤버십 마케팅은 가맹점에는 갈수록 높은 분담금을, ‘OOO번호 고객만의 특권’이라던 멤버십 할인은 고객에게 자신이 쌓은 포인트의 공제를 요구했다. 이동통신 회사는 이용자에게는 이용금액만큼 포인트 차감을 하면서, 가맹점에는 갈수록 분담금을 높여갔다. ‘멤버십 서비스’는 고객을 위한 것도, 가맹점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이동통신 회사의 ‘이중으로 배불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통사의 멤버십 서비스를 둘러싼 다툼을 살펴본다.


서울시 극장협회 “이통사 횡포 도를 넘었다”

서울시 극장협회가 지난 2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통사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며 성토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서울시 극장협회가 지난 2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통사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며 성토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이동통신 3사가 회원수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이익을 추구한 반면 극장은 이통사 할인카드 서비스 비용부담으로 경영수익이 악화돼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 영화관람료 할인서비스 비용을 전액 이통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통사가 양보하지 않을 경우 7월1일부터 이통사 할인혜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처지를 이해해 달라. 이통사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살려달라”는 이창무 서울시 극장협회장의 발언은 절규에 가까웠다. 1999년 2000원 할인서비스를 제안했던 이통사의 요구에 서비스를 시작했던 극장들이 2002년 300원을 시작으로 매년 200원씩 올리는 수법으로 분담금 일부를 극장에 떠넘긴 이통사의 횡포로 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초기 극장은 1999년 5400만명에 그쳤던 관객수가 2002년 1억500만명, 2003년 1억1900만명, 2004년 1억3500만명, 2005년 1억4200만명으로 늘어나 수혜자 입장이었다. 이통사들은 이를 빌미로 할인액을 부담시켰고, 이를 거부하는 극장이나 지방 중소규모의 극장을 제휴대상에서 제외해 ‘입맛에 맞지 않는’ 극장을 고사시켰다. 이통사와의 제휴를 깨면 극장문을 닫아야 한다는 위기감에 극장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통사의 요구를 수용해야 했고, 그 결과 경영수익이 악화돼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통 3사와 제휴 할인계약이 체결된 극장은 전체 극장의 35% 수준이다. 극장들은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멤버십카드를 제시하는 고객에게 평균 2000원의 관람료 할인혜택을 주고, 이를 포인트에서 차감해왔다. 차감된 금액 가운데 55~57%인 1100~1340원은 이통사가, 33~45%인 660~900원은 극장이 부담하는 형태다.

◇ 이동통신사-제휴업계 분쟁 왜?

극장협회의 반발은 ‘멤버십 할인 분담금’의 부당한 전가에서 비롯됐지만, 그 이면에는 고질적 병폐인 이통사 멤버십카드 할인혜택이 있다. 이통사가 최종적으로 분담금 450원(이통사 550원)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통사가 막대한 회원 규모를 내세워, 외식·제과·미용·극장 등의 업계에 ‘제휴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이들 업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가 SKT 1984만8994명, KTF 1258만4151명, LGT 669만7047명으로 3913만192명에 달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이통사는 이러한 독점적 특권을 이용, 가맹점과의 멤버십카드 계약을 하면서 가맹점에 비용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SK텔레콤의 ‘TTL카드’를 선두로 1997년부터 본격화된 이통사 멤버십카드 할인 서비스는 사용자가 이용한 금액의 일부를 마일리지로 적립, 고객에게 되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동통신 가입자 유도를 꾀했던 이통사와의 제휴를 통한 할인서비스로 고객을 늘리려 했던 극장, 외식·제과업체 등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 사업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할인율도 10~40%로 높아 고객의 호응도 컸다.

이후 LGT가 ‘카이’카드라는 이름으로 참여했고, ‘나’·‘드라마’카드 등을 내세운 KTF가 2000년 7월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제휴 가맹점도 놀이공원, 극장, 음식점, 자동차 A/S센터 및 보험회사, 미용실, 제화, 화장품, 의류점, 온라인쇼핑몰, 호텔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와 함께 부작용도 커졌다. 멤버십카드 이용고객과 가맹점이 늘면서 이통사들의 출혈이 커진 것이다. 2004년 SK텔레콤은 1550억원, KTF는 4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멤버십 마케팅에 사용했다. 돌파구를 찾던 이통사들은 그 비용 부담을 가맹점에 떠넘기기 시작했다.

이통사들은 “고객 유치와 매출증대 혜택을 입는 만큼 분담하라”며 계약 갱신 때마다 부담금 액수를 늘려나갔다. 멤버십카드 매출 의존도가 30~50%까지 커지면서, 이통사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던 가맹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했다.

극장협회의 경우 2002년 200원으로 시작해 매년 200원씩 분담금이 늘었고, 외식업계는 할인액 절반 이상을 가맹점이 부담한다. 제과업계는 10%로 할인율을 줄이면서, 이 금액 전액을 부담하기로 한 상태이며, 기타 다른 업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시 극장협회 최백순 상무는 “현행 할인제도는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가입자가 늘고 관객의 카드 의존도가 높아지자, 회원수와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극장측에 부담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멤버십서비스 일부 중단하거나 축소…고객서비스 외면

KTF 멤버십카드와 가맹점 등 이용안내를 소개한 홈페이지 화면. KTF는 멤버십 회원들에게 영화, 외식, 미용, 제과, 호텔 등의 가맹점 계약을 통해 할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KTF 멤버십카드와 가맹점 등 이용안내를 소개한 홈페이지 화면. KTF는 멤버십 회원들에게 영화, 외식, 미용, 제과, 호텔 등의 가맹점 계약을 통해 할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가맹점에 부담을 떠넘기는 한편 교묘하게 멤버십 서비스 일부를 중단·축소하기 시작했다. 2005년 SKT는 아웃백스테이크, 에버랜드, 스타벅스 등과의 멤버십 제휴를 중단했다. KTF는 롯데시네마와의 제휴를 끝냈다.

이통사들은 “지방이나 다른 업종으로 멤버십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할인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라고 보고 있다. 호텔, 아이스크림 전문점, 미용실,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등 가맹점 수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용도가 낮거나 단가면에서 할인비용 부담이 절대적으로 작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SKT와 가맹계약을 끝낸 아웃백스테이크의 경우 당시 전국 63개 지점에서 연간 1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려 24~34개점에 700억~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내는 TGI프라이데이스·빕스·베니건스 등 경쟁사들을 크게 따돌리고 있었다. 아웃백의 빈 자리는 매출규모 4위권인 베니건스가 꿰차, 이통사로서는 할인금 부담이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고객들 입장에선 어느날 갑자기 이용해오던 서비스의 할인이 사라졌으니, 혼란과 불편이 당연했다.

또한 유명 브랜드나 체인점 위주로 계약을 갱신하고, 중소 규모의 가맹점들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하는 관행도 입길에 올랐다. 이용자들도 “이용 고객이 많고 가맹점 수가 많은 제휴사와의 제휴를 종료해 이통사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 외식업체, 제과점, 극장업계까지 이어진 분담금 부과 문제

이통사 횡포에 대한 가맹점의 반발은 2004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이통사 멤버십카드 소지자에게 25% 할인 혜택을 부여했던 외식업계는 애초 절반씩 부담하던 부담금을 재계약 과정에서 70:30 등으로 무리하게 조정을 요구하면서 제휴가 중단되거나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통통신 카드 회원의 이용률은 50%를 넘는다. 아웃백스테이크 관계자는 “작년 6월30일부터 SKT와 제휴관계를 해지했다”며 “할인 분담금은 우리쪽에서 내는 비율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이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멤버십카드 소지자에게 최대 40%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큰 피해를 겪은 자영 제과점들도 생존권 싸움을 벌였다.
지난해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이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멤버십카드 소지자에게 최대 40%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큰 피해를 겪은 자영 제과점들도 생존권 싸움을 벌였다.
지난해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이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멤버십카드 소지자에게 최대 40%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큰 피해를 겪은 자영 제과점들도 생존권 싸움을 벌였다. 이통사와의 제휴가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구의 경우 900여개에 달했던 자영 제과점 가운데 700여곳이 폐업·도산해 현재 200여개로 줄어들었다. 전국적으로는 제과점의 20~30%가 문을 닫았다. 당시 이동통신사 제휴카드 폐지 및 생존권보호 제과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할인 폐지를 촉구했던 이들은 협상을 통해 자영 제과점과의 제휴 확대, 제과업계 할인율 10% 인하에 합의했지만 할인율 분담금 전액을 떠안기로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제과협회 관계자는 “10%의 할인요금을 전액 제과점이 부담하기로 했다”며 “이것이 이통사의 부당한 횡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방의 중소 제과점까지 제휴대상에 넣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GM기획·연예제작자협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반기획사·권리단체들의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3년 전부터 이통사에 수익배분율 조정을 요청해 왔으나 번번이 무시당했다”며 “가수·음반기획사 등 제작자 몫은 25%인 반면 이통사가 수익의 60%나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음원서비스 중단을 공언하며 이통사를 압박한 상태다.

◇ “이통사가 맴버십카드 할인요금 전액 부담해야”

그렇다면, 제휴업계의 이통사 전액 제휴서비스 할인요금 부담 주장은 정당한가? 멤버십서비스가 이용자들이 매달 3만~10만원 가량의 요금을 내는 대신 통신요금의 0.5~1%를 회사로부터 돌려받아 제휴 가맹점에서 혜택을 준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통신사 부담이 맞다. 쓴 금액만큼 이통사들은 멤버십카드 적립금을 차감한다. 이런 점에서 제휴업계는 회원들의 휴대폰 이용으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만큼 이통사 부담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창무 극장협회 회장은 “최근 이통사로부터 할인요금을 1000원으로 인하하되 450원은 극장이 부담하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애초 약속한 윈-윈 전략을 위한 파트너십에 어긋난다”며 “이통사는 고객의 멤버십 포인트에서 2000원을 차감하는 만큼 극장에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제과협회 관계자도 “10%의 할인요금을 전액 제과점이 부담하기로 했다”며 “회원의 마일리지는 차감하면서, 그 금액을 제과점에 부담하도록 한 것은 가맹점은 손해를 보는 반면 이통사는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보겠다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통사쪽은 “극장협회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분담금 전액 삭감은 가맹점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수용하기 힘들고, 제휴 서비스로 인해 고객 유치 등의 효과가 있는 만큼 분담금을 나누는 것이 맞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26일 <한겨레>에 “멤버십 서비스 초기에는 우리가 100% 부담했지만, 시장이 커지고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통통신 가입자가 극장 등 가맹점의 고객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마일리지 차감 여부를 떠나 제휴 마케팅 자체 취지가 양사의 이익에 대한 일부를 분담하는 것인 만큼 문제가 없으며, 극장만 이 금액을 분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른 업종의 가맹점과의 형평성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쪽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미 패밀리레스토랑, 제과점 등의 할인율 축소 등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고객들은 다음달 1일부터 2000원 영화 할인혜택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결국 열쇠는 이통사와 가맹점 간의 의견조율이 어느 선에서 이뤄지느냐에 있다.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가 업체의 이해관계를 떠나 전적으로 고객을 위해 시도됐던 것인만큼 “고객의 편에 서서 원만한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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